시사>

[연합시론] 최악의 저출산 사회, 우리의 대응은 적절한가

연합뉴스입력

(서울=연합뉴스)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은 23일 지난해 출생아 수가 26만500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불과 10년 전과 비교해도 출생아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만 15∼49세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저치이자 세계 최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 1명을 밑도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 수치 또한 OECD 평균(1.61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올해는 그마저 0.7명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누적 혼인 건수가 처음으로 20만 건을 밑돌았다고 하니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출산율 저하는 점진적으로 나타난다는 상식과 예측은 모두 틀렸다. 2010년 통계청은 2060년이 돼서야 출생아 수가 28만 명으로 줄어든다고 했는데, 불과 11년 만에 26만 명으로 줄었다. 40년이 앞당겨진 셈이다. 매년 통계청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도 "총인구 감소가 2021년부터 시작돼 2019년 전망보다 감소 시점이 8년이나 단축됐다"고 했다. 추이가 예측 통계를 훨씬 앞지르고 있는 것이다. 출산율 하락 추이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2016년까지도 40만 명대였던 출생아 수가 4년만인 2020년에 20만 명대로 급격히 떨어졌으니 가히 출산율 절벽이라 부를 만하다. 지난 15년간 역대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38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과도한 사교육 비용, 여성 경력 단절 우려 등으로 인해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꺼리고 있고, 고도성장 이후 삶에 대한 가치관도 변해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것보다 나의 삶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됐다. 아이를 낳으면 생후 24개월 동안 현금 30만 원씩을 주는 현행 현금지출 대책이 효과를 발하기 어려운 이유다. 초저출산 추세는 돌이키기 어려운 사회현상이 됐음을 인정해야 한다. 저출산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미 진행된 사회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얘기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부양비 부담 증가와 연금 고갈,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성장 정체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대폭적인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교사 정원이나 교육예산 배분은 적정한지, 심각한 현역 병력자원 부족 현상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곧바로 실행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해당 정부 부처가 조직 축소, 보직 감소 등에 따른 내부 반발을 우려해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17일 고령화와 저출산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4기 인구정책 TF'를 발족시켰다. 기재부 1차관이 팀장이고 기재부 차관보와 교육부 차관보가 간사를 맡는다고 한다. 인구 문제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팀장과 간사는 이 일에 전념해도 모자랄 것 같은데, 그저 가욋일 정도로 여기고 이름만 걸어놓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미래 세대를 위해 현재의 기득권과 맞붙어야 하는 것이 인구 대책인데 기득권 입장인 정부 부처가 TF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제대로 된 그림은 아닌 것 같다. TF가 아닌 대통령 직속의 전담 기구를 구성해 과감하고 적극적인 인구 문제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실행해야 할 때가 아닌지 차기 리더십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권리침해, 욕설,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등을 게시할 경우 운영 정책과 이용 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하여 제재될 수 있습니다.

권리침해, 욕설,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등을 게시할 경우 운영 정책과 이용 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하여 제재될 수 있습니다.

인기순|최신순|불타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