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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이슈] 이게 중국 본심?…성적 부진 귀화선수엔 '냉대'

연합뉴스입력

(서울=연합뉴스) 중국 여론의 귀화 선수들에 대한 반응이 관심을 끄는데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중국이 외국 선수를 대거 귀화시켜 대표팀에 합류시킨 가운데 성적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다른 겁니다.

금메달을 따면 '역시 중국인'이라는 찬사와 함께 엄청난 금전적 이득을 안기지만 성적이 부진하면 악플이 가차 없이 달릴뿐더러 비난과 박대가 이어지는 건데요.

여자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종목에서 우승한 에일린 구(중국명 구아이링<谷愛凌>)와 피겨스케이팅 대표 주이(朱易) 선수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를 둔 에일린 구가 8일 우승하자 한동안 중국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는 그의 이름으로 도배됐고, 중국 CCTV는 해당 경기 영상을 여러 번 내보냈습니다.

중국어도 유창한 에일린 구는 올림픽 개막 전에 25개 브랜드와 광고 계약을 맺은 바 있고, 금메달 프리미엄까지 얹혀 광고 모델료가 천정부지로 솟았는데요. 돈방석에 오르게 된 겁니다.

그러나 주이 선수의 경우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실수로 낮은 개인 점수를 받아 그 여파로 중국 팀이 메달권에 들지 못하자 비난이 빗발쳤는데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주이가 넘어졌다"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조회 수가 몇 시간 만에 2억 회를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중국어가 서툰 걸 트집 잡아 주이 선수를 공격하는 글도 넘쳐납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9일 "중국의 노골적인 민족주의자들은 변덕스럽기로 악명이 높다"고 꼬집었습니다.

중국 내 이런 분위기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전례 없는 최고 성적을 내어 국내외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의도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요.

최고 성적으로 중국 우월성을 강조해 내부 결집을 시도하는 한편 미중 갈등과 대립 국면에서 스포츠에서도 미국에 질 수 없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이런 가운데 관심을 끄는 건 중국 아이스하키팀인데요. 이번 동계올림픽 출전자 25명 가운데 19명을 캐나다·미국·러시아 귀화 선수로 채웠습니다.

미국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랭킹 4위이고 중국은 32위인데, 중국은 귀화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켜 미국을 꺾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비쳤는데요.

그러나 10일 밤 10시 10분 베이징 국립실내경기장에서 남자아이스하키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중국은 미국에 0-8로 완패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몰아붙이기에 실력이 차고 넘쳤습니다. 그러자 중국 내에선 아이스하키 귀화 선수들을 겨냥한 악플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외에 중국이 쇼트트랙에서 사활을 건 것도 이런 상황과 관계가 있습니다. 스키와 스케이팅 분야는 유럽·미국 선수들과 비교할 때 열세이지만 쇼트트랙 분야의 경우 불리하지 않은 만큼 '메달 광맥'으로 삼겠다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한국 쇼트트랙 감독이었던 김선태 씨를 자국 감독으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를 기술코치 등을 영입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귀화 감독·코치와 선수들이 중국 내에서 성적의 좋고 나쁨과 관계없이 공정한 대우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교준 기자 이지원 크리에이터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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