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에 심각해진 호주 물류난…아시아 소고기시장도 '비상'
연합뉴스
입력 2022-01-22 08:30:00 수정 2022-01-22 08:30:00
슈퍼 육류 판매대 '텅텅'…호주산 소고기 아시아 수출에 타격
인력난에 다급해진 총리, 외국 노동자에 "일하러 호주 오라"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농축산물 주요 수출국인 호주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 여파로 극심한 공급·물류대란이 벌어지면서 한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의 소고기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질지 주목된다.

호주 시드니의 한 슈퍼마켓 고기 매대가 비어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호주는 미국과 함께 소고기 주요 수출국이고, 한국은 일본, 중국 등과 함께 호주산 소고기 4대 수입국이다.

최근 호주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 수가 급증하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져 대형 슈퍼마켓 체인의 식료품 매대가 텅텅 비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5월 총선을 앞두고 방역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다급해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이하 워홀러)와 유학생에 대한 비자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하는 등 인력난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 대형 슈퍼 고기·과일 매대 '텅텅'…"아시아 수출에도 영향"

20일 호주 공영 A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호주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8만4천615명에 달했고, 사망자 수는 67명이었다. 일주일 평균 일일 확진자 수는 10만 명이 넘었다.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 수가 크게 늘면서 이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일터에 출근하지 않고 최장 10일까지 자가 격리를 하게 되자 산업 현장에서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다.

특히 호주의 주력 산업인 농축산업 종사자와 물류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트럭 운전사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고기와 과일, 채소 등 주요 농축산물이 일선 슈퍼마켓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다.

호주의 양대 슈퍼마켓 체인인 울워스와 콜스의 식료품 매대가 텅텅 비어있는 모습이 연일 호주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시드니에 거주하는 교민 이민지(39) 씨는 "동네 울워스에서 원하는 소고기 부위를 구할 수가 없어 한 정거장 떨어진 콜스까지 갔지만 거기도 마찬가지였다"며 "호주에 10년 이상 살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급속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인력난으로 야기된 호주의 공급·물류 대란은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호주 내 공급망 차질에서 비롯된 혼돈 양상이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한 슈퍼마켓에 진열된 호주산 소고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SCMP에 따르면 호주는 소고기와 유제품을 비롯한 농축산물의 주요 수출국이며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호주산 농축산물의 약 70%를 수입한다.

홍콩의 프리미엄 육류 수입업체인 '푸드스퀘어 홍콩'은 최근 호주로부터 들여오는 소고기의 수입 일정이 2주 정도 지연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SCMP는 전했다.

푸드스퀘어홍콩의 안젤로 맥도넬 최고경영자(CEO)는 SCMP에 "호주 내 공급망 차질이 복원되지 않으면 수입 일정 지연 현상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CMP는 호주에서 고기와 유제품, 채소 등을 수입하는 싱가포르에서는 아직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국경에서 수입품의 통관 절차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해운회사 머스크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인력 부족 현상으로 시드니 항과 멜버른 항에서의 대기 시간이 2∼3일 정도 길어지고 있다"고 했고, 다이앤 티핑 호주수출협의회 회장도 "호주 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은 호주의 컨테이너 물류 시스템에 큰 압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1조3천억원 어치가 넘는 호주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한국도 호주발 공급·물류 대란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국내 소고기 가격은 사룟값 상승과 수급 불균형 등의 영향으로 크게 올랐는데, 호주발 수급 불안 현상까지 가중되면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0일 기준 호주산 갈비 100g 평균 소매가격은 3천513원으로, 평년의 2천381원에 비해 47.5%나 급등했다.

한 육류 수입업체 관계자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 호주산 소고기의 수입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호주 내 물류 대란이 장기화된다면 수급 불안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다급해진 호주 총리, 워홀러·배낭여행객에 "일하러 호주 오라"

5월 연방총선을 불과 수개월 앞두고 발생한 심각한 공급·물류 대란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다급해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2년간 입국을 사실상 막아왔던 워홀러와 유학생 등에게 'SOS'를 쳤다.

모리슨 총리는 지난 19일 캔버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워홀러와 배낭여행객, 유학생의 비자 수수료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높은 비자 수수료 때문에 외국인 단기 체류자들이 호주행을 기피하는 현상을 타개해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호주의 학생비자 신청 수수료는 630호주달러(약 54만 원), 워홀 비자 수수료는 495달러(약 42만 원)나 된다. 호주의 높은 비자 수수료는 그동안 워홀러와 유학생의 불만의 대상이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모리슨 총리는 "그들(워홀러·유학생)에게 '여기로 오시라'는 뜻을 전한 것"이라며 "호주에서 여행도 하고 동시에 농업·의료 등 여러 분야의 구인난에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호주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 2년 가까이 외국인의 입국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국경봉쇄 정책을 시행해 농장·요식·관광 등의 분야에서는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져 호주 전역에서 공급·물류 대란이 벌어지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모리슨 총리가 외국인 노동력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호주는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지만 최근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과 검사 지침 혼선 등으로 방역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모리슨 행정부의 총선 패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여론조사회사 로이 모건이 지난 4∼16일 호주 유권자 2천7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야당인 노동당이 37%의 지지를 얻어 자유·국민 연립여당의 34.5%를 앞섰다. 제3당인 녹색당은 12%였다.

노동당과 자유·국민 연립당만을 대상으로 한 양당 지지율 조사에서는 56%대 44%로 노동당이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또 조사 대상자의 34%만이 "호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51%였다.

로이 모건은 "만약 연방총선이 지금 치러진다면 노동당은 1975년 맬컴 프레이저가 이끌던 노동당이 승리했던 것과 비슷한 격차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언론은 육류 소비가 많은 호주 최대 국경일인 '호주의 날'(1월 26일)까지도 공급 대란이 이어진다면 모리슨 총리와 집권당을 향한 여론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passi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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