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석유장악" 언급에 코스피 한때 5%↓…증시 충격파(종합)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란 내 원유를 미국이 장악하는 방안과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거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코스피가 한때 5% 넘게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소식 직후 별도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란과의 간접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꽤 조기에"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투자자들은 쉽게 불안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3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장보다 161.57포인트(2.97%) 내린 5,277.30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개장 직후에는 5.29% 폭락한 5,151.22까지 밀리기도 했다.
외국인이 2조1천335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강하게 끌어내렸으나, 저가매수 기회로 인식한 개인이 8천973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도 8천831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며 낙폭을 다소간 만회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스라엘의 이란 내 핵시설 공습,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 등 지난 주말 이후 잇따라 터져 나온 중동 사태 관련 동향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반영된 것이 이날 급락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이날 국내 증시 개장 직전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 발언 내용이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를 강하게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9일 FT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가장 맘에 드는 건 이란 내 원유 장악이지만 미국 내의 일부 멍청한 사람들은 '왜 그런 걸 하고 있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멍청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쩌면 우리는 하르그 섬을 장악할 수도, 어쩌면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에건 많은 선택지가 있다"면서 "그건 우리가 거기(하르그섬)에 얼마간 머물러야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고도 밝혔다.
하르그 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처리하는 핵심 요충지다.
다만, 이란 본토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운 까닭에 미군이 점령을 시도할 경우 오히려 심각한 인명피해만 겪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 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하르그 섬의 방비 수준을 묻는 말에 "아무런 방어도 갖춰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우 쉽게 그곳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한편으로는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간접적으로 진행 중인 이란과의 협상 관련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으나, 이러한 발언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급락세로 이날 거래를 개시하는 배경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뉴스가 나온 직후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복귀하는 전용기 기내에서 취재진과 가진 약식회견에서도 "이란과 협상을 극도로 잘하고 있다"며 "꽤 조기에"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30일 오전부터 대형 유조선 20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이란이 허용키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지난달 말 전쟁 개시 이후 끊임없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보인 까닭에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시아 증시는 조속한 종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낙폭을 크게 되돌리지는 못했다.
이날 오전 한때 5.26% 급락한 50,566.99까지 밀렸던 일본 닛케이 255 지수는 2.79% 내린 51,855.85로 장을 마쳤고, 대만 가권 지수도 1.80% 내린 채 마감했다.
한국시간 오후 3시 54분 현재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13% 올랐지만, 선전성분지수는 0.11%의 낙폭을 보이고 있으며, 홍콩 항셍지수는 0.88% 내린 24,732.91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1.37% 오른 61.43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최고치는 4.83% 급등한 63.53이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7일 장 마감 기준으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31.05까지 상승했고, 미국 CNN 방송이 집계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는 전장보다 7포인트 급락한 10으로 '극심한 공포'(extreme fear) 구간에 머물러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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