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파스텔뮤직 패소 판결한 원심 파기환송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중견 음반사 파스텔뮤직이 전 소속 밴드인 에피톤프로젝트와 벌인 음원 무단 사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일 파스텔뮤직이 가수 차세정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승소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에피톤프로젝트' 멤버인 차씨는 2014년 8월 파스텔뮤직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 차씨가 제작한 콘텐츠에 대해 회사는 음반 제작자로서 권리를, 차씨는 저작권·실연권을 갖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파스텔뮤직은 2016년 11월 음악포털사인 NHN벅스에 1천688곡에 대한 일종의 음원 사용권인 마스터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차씨의 음원도 포함됐다. 결국 차씨는 파스텔뮤직과 전속 계약을 해지하면서 파스텔뮤직이 보관 중이던 악기 연주 녹음파일을 외장하드에 복제해 보관했다.
이후 차씨는 2017년 5월 야외 공연에서 파스텔뮤직에 속했을 당시 만든 노래 2곡을 불렀다. 이에 파스텔뮤직은 차씨가 무단으로 악기 연주가 녹음된 음원(MR) 파일을 사용해 공연을 했다며 음반 제작비용 1억2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차씨에게 배상 의무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MR 복제권이 음반제작자로서의 권리에 포함되지만 파스텔뮤직이 NHN벅스에 이 권리를 양도한 이상 차씨에게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이유는 달랐다.
재판부는 파스텔뮤직이 NHN벅스에 넘긴 것은 완성 음원이기 때문에 악기 연주만 포함된 MR 파일은 양도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MR 파일 사용권은 여전히 파스텔뮤직에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차씨가 야외 공연을 할 당시 관현악 연주자들을 고용해 실제 연주를 한 점에 비춰 MR 파일이 사용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파스텔뮤직이 MR 파일 원본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음반 제작을 위한 권리 행사에 제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봤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차씨가 MR 파일에 대한 저작권자인 것과 별개로 파스텔뮤직 역시 음반 제작자로서 콘텐츠를 복제할 수 있는 저작인접권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NHN벅스에 양도한 마스터권과 별개로 파스텔뮤직의 MR 복제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차씨가 파스텔뮤직의 허락 없이 MR 파일을 복제해 보관한 것은 회사의 복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차씨가 파스텔뮤직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MR 파일을 복제해 제작비용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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