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화제작으로 빵 뜬 스타. '대박 조짐'은 스타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보며 언제부터 '뜰 조짐'이 보였는지, 인생작을 만나기까지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혹시 너무 어둡고 긴 밤을 보내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지치지 말고 끝까지 잘 버티셔서 아침을 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박보영이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정신 건강, 가족, 이별 등 시청자의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를 몰입도 있는 연기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박보영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조명가게', '멜로무비', '미지의 서울'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상처와 회복, 치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 약자, 주변인의 이야기가 섬세한 연출과 연기로 전해지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올해 박보영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작품을 통해 위로를 건넬 만큼, 내공을 다져왔다.

그는 2008년 차태현과 영화 '과속스캔들'로 이른바 '벼락스타'가 됐다. 박보영이 말하길, "눈 떠보니 스타가 돼있었다"라고 했다. 당시 박보영은 822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인상을 휩쓸 만큼 인기가 어마어마했다. 대중적 호감도도 높았다. 기대감이 없던 영화가 '대박'이 났고,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여배우의 탄생은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당시 신인이었던 박보영은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극 중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감정적인 연기까지 소화하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로 인해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를 얻게되고,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그러나 2010년에 들어서며 4년의 공백기를 갖게됐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과속스캔들' 이후 어마어마한 인기를 원동력 삼아 차기작이 줄줄이 이어질 거라는 반응과 다르게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MBC 사극 드라마 '선덕여왕' 출연이 무산되기도 했다. 소속사 분쟁으로 인한 것이다.

박보영은 이 시기를 겪고 "산전수전 다 겪어서 인생이 평탄하면 오히려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온 우주가 말리는구나 이런 느낌"이라며 "작품 들어가면 보이콧하던 때도 있었다. 자의와 타의, 모든 게 섞여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아버지는 공장에 다니라는 얘기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너무 지치고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배우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니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더라. 너무 어릴 때부터 이 일을 해서 다른 걸 찾을 기회나 여유가 없었다. 제 인생에 처음으로 큰 충격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그때 제 편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있었을 텐데 안 보였다. 모든 사람이 저를 싫어한다고 생각했고, 선의를 선의로 못 받아들였다. 사람을 못 믿었다. 차라리 지금이라면 표출하는 방법이 나았을까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땐 스스로 갉아먹는 방법을 택했다. 이십 대 초반, 너무 어릴 때라 더 극복이 안 됐다"고 털어놨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미지의 서울' 미지의 캐릭터와 맞닿아있다. 힘든 시기를 겪은 나이도 비슷하다.

영화 흥행에 성공하고, 신인 여배우로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알린 시점. 4년간의 공백기는 대중들에게 잊힐지 모르는 치명타.

훗날 박보영은 이 시기를 "그때 힘들지 않았다면 이 일에 대한 감사함을 몰랐을 거 같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일을 시작했고, 잘 모르고 그 상황에 취했을 수도 있는데 많은 것들을 겪으며 다시 시작할 때 ‘이렇게 연기를 해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어디냐'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라고 회상한다.

그렇게 4년 만인 2012년 '미확인 동영상'으로 관객을 다시 만나게 됐고, 당시 관객 수 86만 7천여 명을 동원. 손익분기점인 60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에 성공했다.

또 그해 영화 '늑대소년'이 손익분기점 180만을 훌쩍 넘겨 70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멜로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4년의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

2015년에는 총 4작품을 선보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은 첫 장편 드라마 주연작이며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한번만 해요" 등의 19금 멘트를 박보영만의 매력으로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해내며 '뽀블리'라는 애칭을 탄생하게 했다.

이어 2017년 '힘쎈여자 도봉순'로 한국 최초 여성 히어로물의 흥행을 이끌었다.

'오 나의 귀신님', '피끓는 청춘',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힘쎈여자 도봉순', '어느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너의 결혼식', '콘크리트 유토피아', '조명가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멜로무비', '미지의 서울'까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지의 서울'을 통해서는 동일한 외형 속에서 완전히 상반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묘사해야 하는 고난도 연기를 선보이고 있고, 1인 4역으로 다양한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박보영은 극 중 ‘미지’와 ‘미래’라는 두 인물을 언어, 말투, 반응 속도 등 모든 표현 방식에서 명확히 분리해내 감탄을 자아냈다.

몰입도 높이는 연기력으로 또다시 N번째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10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평균 8.5%, 최고 9.7%를, 전국 가구 평균 7.7%, 최고 8.7%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을 뿐만 아니라 케이블 및 종편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시청자들의 인생작으로 자리잡고 있다.

2006년 EBS 청소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해,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로 대박조짐을 보인 박보영. 아역 배우였던 박보영이 일련의 힘든 시기를 겪고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건네기까지, 그 과정이 고스란히 필모그래피로 남았다.

박보영은 '미지의 서울'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얼떨떨하다고. 팬들에게 "'미지의 서울'도 시청률을 떠나서 좋은 작품을 내 필모에 남길 수 있다는 것 하나로 시작했다. 근데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게 얼떨떨하고 감동이고. 글에 대한 확신은 너무 있었다"고 전했다. 대본 보면서 느꼈던 마음들을 시청자들과 팬들도 느낀 것 같다며 고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박보영은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이처럼 말했다.

"혹시 너무 어둡고 긴 밤을 보내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지치지 말고 끝까지 잘 버티셔서 아침을 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미지의 서울’을 통해 박보영이 그려낸 ‘미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다. 진심이 작품을 통해 전해질 때 그 위로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박보영의 ‘아침’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각 채널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