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세상을 떠난 연인의 관 위에서 엉덩이춤을 추는 한 여인. 흥겨운 레게 음악 속 군중은 환호를 보냅니다.
지난 9월 에콰도르의 한 장례식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깊은 슬픔을 표현했다는 옹호론과 함께 외설적이고 점잖지 못한 송별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곡소리와 함께 망자를 떠나보내는데 익숙한 우리에게 다소 낯선 풍경은 이뿐만이 아닌데요. 아프리카 가나의 한 상조회사 직원들이 관을 옮기며 선보인 댄스는 국내에서 '밈'(meme·유행 요소를 응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소비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누리꾼들은 이들을 한 아이돌그룹에 빗대 '관짝소년단'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는데요. 경기 의정부고 학생들이 졸업사진에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오는 등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가나의 장례문화라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아프리카는 다양한 종족만큼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제주도에서 아프리카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한성빈 관장은 "'관짝소년단'의 복장 등을 보면 전통문화에 여러 외부문화가 섞인 일종의 '하이브리디즘'(혼성주의)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참석자들이 너무 슬퍼하면 고인도 마음 편히 이승을 하직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된 퍼포먼스라는 설명인데요.
장태상 한국외대 아프리카학부 교수는 "춤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서아프리카 그중에서도 열대우림 기후대에서 비교적 많이 관찰되는 풍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혼령을 달래는 주술적 의미를 담아 가면극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한편 이웃 나라 중국은 일부 시골 마을을 중심으로 빈소에서 스트립쇼는 물론 뱀쇼까지 벌어져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가극 공연자를 고용해 고인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는 것은 중국의 오랜 전통. 하지만 더 많은 조문객을 모으는 것이 마지막 효도라 생각하는 상주들의 욕심에 이 같은 공연은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죽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경건하고 엄중하게 장례를 치르는 한국과는 달리 외국에선 춤과 노래가 어우러져 우리 눈에 마치 '축제'처럼 비치는 방식으로 의식을 치르는 경우도 종종 목격되는데요.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문상객들이 화투를 치며 밤을 새우는 모습이 흔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남은 이를 위로하고 죽은 이를 추모하는 마음만큼은 만국 공통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