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전태수의 웹 3.0 이야기…앤트로픽 수출통제 사태와 AI 주권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앤트로픽은 해당 기능이 오픈AI 등 경쟁사 모델에도 이미 존재하며 보안 방어 목적으로 일상적으로 쓰이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외신은 중국과 연계된 그룹이 모델에 접근했다는 의혹이 통제의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의 여파는 미국 국경을 넘어섰다. 캐나다에서는 두 모델을 업무에 쓰던 기관들이 사전 통보나 이행 기간 없이 접근이 끊기는 일을 겪었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소수의 미국 AI 공급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의 위험성을 직접 언급했다.
캐나다 현지 전문가들은 자국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만으로는 모델 주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사태가 드러냈다고 짚었다. 외국 정부의 결정 하나로 핵심 기술 접근권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실제 사례로 확인된 셈이다. 이는 비단 미국과 앤트로픽 사이의 갈등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앤트로픽은 올해 2월에도 미국 국방부의 군사적 활용 요청에 협조하지 않았다가 '공급망 안보 위협 기업'으로 지정되는 갈등을 겪었다. 한 민간 AI 기업의 모델이 국가 안보 판단에 따라 켜지고 꺼질 수 있다는 사실은, AI가 더 이상 문서 작성이나 검색을 돕는 편의 기술이 아니라 금융망과 통신망의 보안을 지탱하고 사이버 공격 방어와 공공 행정의 판단 속도를 가르는 핵심 인프라가 됐음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한국에 던져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한국은 해외 AI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에서, 어느 날 그 접근권이 끊기는 상황에 대비가 돼 있는가. 반도체와 그래픽처리장치(GPU)만이 아니라 AI 모델 자체가 통제와 차단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이미 열렸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정부도 '소버린 AI(주권 AI)'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마련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은 AI 고속도로 구축, 독자 범용 인공지능 모델 확보, 인공지능 핵심인재 확보 등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2025년 추가경정예산으로 약 1만3천 장 규모의 첨단 GPU를 확보했고, 2026년에는 추가 도입과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을 통해 약 2만 장 규모로 컴퓨팅 자원을 늘릴 계획이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이른바 'K-LLM' 개발을 위해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사업자가 선정돼 경쟁하고 있고, 올해 안에 한두 개 기업이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다만 여러 전문가의 진단은 한국이 모든 영역에서 풀스택 국산화를 추구할 필요는 없다는 쪽으로 모인다. 미국과 중국이 컴퓨팅 자원의 절대다수를 점유한 상황에서 한국이 규모 경쟁으로 승부하기는 어렵다. 대신 군사, 보안, 반도체 지식재산, 의료·법률 등 국경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되는 민감한 데이터는 예외로 해야 한다. 또한, 추론을 국내 인프라 위에서 안전하게 처리하는 능력,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업 데이터라는 한국의 비교우위를 살린 '제조 AI 플랫폼' 전략이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소버린 AI 논의는 공교롭게도 웹 3.0이 오래전부터 제시해 온 원칙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웹 3.0의 핵심은 데이터와 자산, 의사결정 권한을 특정 플랫폼이나 단일 주체에 맡기지 않고 이용자와 공동체가 직접 소유하고 통제하는 탈중앙화에 있다. 거대 플랫폼 한 곳의 정책 변경이나 서비스 중단이 전체 생태계를 뒤흔드는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 구조를 분산된 노드와 자기 주권적 데이터 관리로 극복하자는 것이 웹 3.0 사상의 출발점이었다. 이번 앤트로픽 사태에서 캐나다 기관들이 겪은 일은 바로 이 단일 장애점 문제가 AI 영역에서 현실화된 사례다.모델과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를 자국이 통제할 수 있는 형태로 분산시키려는 소버린 AI 전략은, 결국 인터넷의 통제권을 소수 플랫폼에서 이용자와 공동체로 되돌리려 했던 웹 3.0의 탈중앙화 정신을 AI 시대에 다시 쓰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기술의 층위는 바뀌었지만, 누가 핵심 인프라를 통제하느냐는 질문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전태수 웹 3.0·블록체인 전문가
▲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한국인터넷미디어윤리위원회 이사장 ▲ 세계스타트업포럼 대표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