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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합의문 공개 아직…벌써 '호르무즈 유·무료' 샅바싸움(종합)

연합뉴스입력
트럼프는 "호르무즈 통행료 없을 것"·이란은 "징수권 인정받아" 딴소리 이란 동결자금 해제도 뇌관…MOU 타결 발표 후 인터뷰·브리핑으로 신경전 가뜩이나 쉽지않을 60일 핵협상에 불확실성 가중…자칫 충돌 재개 우려도
트럼프 대통령[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 타결을 발표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비롯한 중대 쟁점을 두고 하루 만에 벌써부터 입장차가 불거지는 모양새다.

19일(현지시간) 이뤄질 양해각서(MOU)의 서명으로 60일간의 후속 협상 기간을 번 상태지만 이 같은 입장차가 뇌관으로 남았다가 물리적 충돌 재개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은 미 동부시간으로 14일 MOU 체결에 합의했다고 발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포함한 최고위층의 전자 서명까지 마쳤지만 합의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이란의 합의 내용을 두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문안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쪽이 내놓는 설명으로 합의 내용을 짐작해야 하는 탓이다.

일단 미국과 이란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종전 MOU가 서명되는 대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고 미국의 대이란 봉쇄가 해제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전쟁 이전처럼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들이 별도의 요금 지불 없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프랑스를 찾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영구 면제될 것이라는 한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나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항 수수료 징수권이 인정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MOU 체결 후 60일 동안만 선박의 무료 통항을 허용하고 이후로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 고위 당국자도 브리핑에서 MOU에 '60일간의 호르무즈 무료 통행'이 명시돼 있다며 60일 경과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란과의 후속 논의가 필요함을 인정했다.

이는 결국 60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이란의 일방적 통행료 부과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 '유료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호르무즈 해협에 통행료가 없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엔 가급적 그런 방향으로 이란을 설득하겠다는 희망이 섞여 있는 셈이고, 전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가진 강력한 '지렛대' 효과를 확인한 이란이 순순히 호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되는 시점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이 현재 부분적으로 개방돼 있으며 19일 완전히 열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상당량의 통행 증가가 있기는 하겠지만 2주 안에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호르무즈 해협[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동결자금 해제 문제에 있어서도 합의 발표 직후부터 양측의 입장차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양상이다.

이란은 MOU 서명과 동시에 동결자금 일부가 해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인터뷰에서 MOU 서명 이후 60일간의 협상이 미국의 3가지 약속 이행에 달려 있다며 해상봉쇄 해제, 군사작전 종료, 동결자금 해제를 언급했다.

이란 동결자금은 1천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MOU 서명과 함께 120억 달러, 60일간의 협상 중 120억 달러의 동결자금을 해제하는 방안이 이란 매체를 통해 거론돼 왔다.

미국은 MOU 서명에 맞춰 동결자금을 해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결자금과 제재의 해제는 이란의 핵포기 범위와 이행에 연계돼 있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MOU 체결 직후여서 그런지 지금은 미국도 이란도 각자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저강도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란이 '동결자금 선(先)해제'를 고집할 경우 MOU는 초반부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곡절을 거쳐 후속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중대 쟁점이 산적한 핵협상과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적 구속력 없는 낮은 단계의 합의인 MOU마저 이행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60일간의 핵협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이행될 것이라는 기대도 한층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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