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기왕', '아시아의 물개'…현충원에 잠든 한국의 영웅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철선 기자 = 1960∼70년대 가난하고 고단했던 국민들을 울고 웃게 해준 프로레슬러 '박치기왕' 김일(1929∼200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만족하지 않고 맨몸으로 대한해협을 횡단한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1952∼2009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하고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낸 박병선 박사.(1923∼2011년)
각자 활동한 영역과 방식은 달랐지만, '영웅'이라고 칭호가 어색하지 않게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한 이들이다.
이들이 영면해 든 곳은 현충원 한켠에 자리한 '국가사회공헌자' 묘역.
이곳에는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 129명의 영령이 잠들어 있다.
현충일인 6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현재 현충원에 안장된 국가사회공헌자는 서울현충원 75명, 대전현충원 54명 등 총 129명이다.
흔히들 현충원 안장 대상으로는 6·25전쟁 참전용사나 일제에 항거한 순국선열·애국지사를 떠올리기 쉽지만, 현충원 안장 대상에는 '국가사회공헌자'라는 분류도 있다.
국립묘지법은 국가사회공헌자를 "국가나 사회에 현저하게 공헌한 사람(외국인 포함) 중 요건을 갖추고, 안장대상심의위원회에서 안장 대상으로 결정된 사람"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요건이란 '국민훈장·산업훈장·문화훈장·체육훈장·과학기술훈장 등 훈장을 받거나, 훈장을 받을 수 있는 활동이나 업적'이다.
현충원에 안장된 국가사회공헌자 129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활동 시기나 영역, '사회에 대한 현저한 기여' 방식이 각양각색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박치기왕'으로 더 잘 알려진 프로레슬러 김일은 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43호에 안장돼 있다.
"가난으로 힘들고 어려웠던 1960년대와 1970년대 흑백 TV 시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국민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서울 정동에 '김일 체육관'을 개관해 이왕표 등 후배 양성에 힘썼다"고 보훈부는 공로를 소개했다.
그의 옆엔 '아시아의 물개'란 애칭으로 한국 수영을 빛낸 조오련이 안장돼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역시절 50개의 한국 신기록을 세운 그는 1980년 13시간 16분 만에 최초로 대한해협 횡단에 최초로 성공하는 등 은퇴 후에도 도전의 삶을 이어간 인물이다.
이외에도 한국 마라톤의 상징 손기정 선수를 비롯해 서윤복(육상 마라톤), 김성집(역도) 등 여러 스포츠 영웅들이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에 안장돼 있다.

학계에선 '직지 대모'로 불렸던 재불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가 대표적이다.
1972년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할 당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의 존재를 처음 발견하고, 1979년에는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를 확인해 국내에 알림으로써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받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그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세계 최초로 유행성 출혈열 병원체를 발견한 고(故)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도 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에서 영면해 있다.
에이즈, 말라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전염성 질환으로 알려진 유행성출혈열 병원체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한 인물이다.
'동요의 아버지'로 불렸던 아동문학계의 거목 윤석중 선생은 국가사회공헌자로 현충원에 안장된 문화·예술계 인사다.
'어린이날 노래'와 '졸업식 노래', '낮에 나온 반달', '퐁당퐁당', '기찻길 옆 오막살이' 등 주옥같은 동요들이 그의 동시로부터 나왔다. 정부는 선생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2003년 문화예술 분야 정부 포상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도 국가사회공헌자로 서울현충원에 1977년 안장됐다. 하지만 사후 친일인명사전에서 그의 친일행위가 수록되면서 현충원 안장에 대한 논란이 반복됐다.
2010년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가 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에 안장됐을 때에도 정치권에선 논란이 있었다.
북에서 주체사상의 최고 이론가로 명성을 떨치던 황장엽 전 비서는 1997년 탈북해 독재정권 반대 활동에 투신한 인물이다. 탈북한 북측 인사 가운데 최고위급으로, 정부는 국민훈장 중 최고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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