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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피부과라고 해서 왔는데…그러고도 의사야?"

연합뉴스입력
강남역 '피부과' 40곳 중 37곳 "미용 시술만 한다" 피부질환 치료하는 진짜 피부과는 '희귀'…"돈 안 돼" "1차 의료 인프라의 붕괴 보여주는 우리의 슬픈 현실" "경증으로 끝날 질환이 치료 시기 놓쳐 중증화 위험 커"
아토피로 인한 가려움증 호소하는 SNL코리아 속 환자(정이랑 분)[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 "아토피 때문에 왔는데요. 의사 선생님 빨리요!" 얼굴 군데군데가 잔뜩 붉어진 상태로 팔을 긁으며 고통을 호소하는 한 여성이 '스마일 클리닉'이라 적힌 병원 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선다.

그러나 '스마일 클리닉 총괄실장' 명찰을 단 직원은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피부과 전문 병원으로 가셔야 되세요"라며 환자를 가로막는다.

뒤이어 나타난 의사도 난처한 표정으로 "저희 병원은 그 아토피를 진료하는 과목이 없어서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보탠다.

결국 환자는 "간판이 피부과라고 해서 왔는데 지금 아토피 하나 못 봐요? 그러고도 의사야? 간지러워 죽겠네!"라며 폭발한다.

'진료과목 피부과'를 표기한 강남의 한 병원 간판(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 1일 강남역 인근의 피부과 간판. '진료과목' 글씨는 작게, '피부과' 문구는 크게 표기되어 있어 피부과 전문의 의원과 혼동할 우려가 있다. 2026.6.6

지난 4월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가 방송한 '스마일 클리닉' 에피소드다. '피부'를 다루는 병원이라면서 정작 피부병은 진료하지 못하는 수많은 '피부과 병원'의 실태를 꼬집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피부과 간판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이지만, 정작 아토피나 두드러기 같은 피부 질환을 치료받을 '진짜 피부과 의원'은 찾기 힘들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진료과목 피부과'를 표기한 강남의 한 병원 간판(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 1일 강남역 인근의 피부과 간판. '진료과목' 글씨는 작게, '피부과' 문구는 크게 표기되어 있어 피부과 전문의 의원과 혼동할 우려가 있다. 2026.6.6

◇ "피부병은 안 봐요"…강남역 피부과 40곳 중 37곳 거부

지난 2일 네이버에 '강남역 피부과'를 검색해 상단에 노출된 총 40개 병원에 "건선 같은 피부 질환 진료를 보느냐"고 문의한 결과 단 3곳만이 "진료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마저도 3곳 중 2곳은 "예약은 불가하며 현장 접수만 가능해 대기 시간이 2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했고, 나머지 1곳은 "간단한 약 처방만 가능하고 본질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피부 질환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답한 37개 병원에서는 "피부 미용 진료만 봅니다", "비보험 진료만 가능합니다", "치료 목적 병원이 아니라 건조함을 개선하는 리프팅 위주로 추천해 드릴 수 있습니다" 등의 안내가 돌아왔다.

이와 함께 기자가 강남역 인근에서 간판에 '피부과'라는 명칭이 포함된 병원 5곳을 방문해 "피부 질환 진료가 가능하냐"고 물어본 결과 전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모(34) 씨는 5일 "올해 2월에 아토피 피부염이 급격히 악화해 지도 앱에서 집 근처 '피부과'를 검색하고 5곳에 전화했지만 전부 진료가 안 된다고 하더라"며 "결국 멀리 질환 잘 보는 병원을 찾아가 반차까지 내고 대기했지만 3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고 밝혔다.

강남구 주민 박모(29) 씨는 "지난달 초 새 화장품을 사용한 뒤 턱과 볼 주변에 붉은 발진과 심한 따가움이 올라와 주변 병원에 수십 통 전화를 돌렸지만 '피부염 진료는 안 한다'거나 '미용 상담 위주'라는 답만 받았다"며 "강남 한복판에 살면서 피부과를 못 찾아 다른 동네까지 가야 한다는 게 황당하고 화가 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부과 시술[연합뉴스TV 제공]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에 따르면, 피부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만 의료기관 명칭에 전문과목을 삽입해 '○○피부과의원' 형태로 표시할 수 있다.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의 등은 환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의원 진료과목 피부과' 형태로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강남역 일대 수많은 병원은 환자들이 피부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피부과 의원'으로 착각하도록 교묘한 간판을 사용한다. 법적 의무인 '진료과목'이라는 글씨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알같이 작게 적어두고, 뒤에 붙는 '피부과'라는 단어만 크게 키워놓는 식이다. 간판만 보면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곳인지, 일반의의 미용 클리닉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대학생 심모(23) 씨는 "지난 3월 두드러기 치료를 위해 피부과 간판을 보고 찾아갔지만 '오늘은 시술 예약이 많아 진료가 어렵다'고 거절당했다"며 "레이저나 리프팅을 기다리는 미용 환자들 사이에서 아픈 나는 불청객처럼 느껴졌다. 결국 다음 날 가정의학과에 가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주부 정모(37) 씨도 "작년 11월쯤 아이가 밤새 팔 접히는 곳이랑 무릎 뒤를 피가 나도록 긁어 다음 날 바로 주변 피부과에 전화를 돌렸지만 '아토피는 어렵다'며 문전박대당했다"며 "피부과 간판을 달았으면 당연히 질환 진료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부과 전문의가 있다고 해도 곧바로 진료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피부질환 진료를 보는 병원으로 알려진 곳은 예약이 차 있거나 현장 접수 후 긴 대기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역 맘카페에서는 피부질환 진료를 보는 병원 정보가 알음알음 공유되기도 한다.

광화문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황모 씨는 "올봄 갑자기 피부 발진이 일어 점심시간에 회사 앞 피부과를 갔더니 거의 1시간을 기다리게 하더라"며 "알고 보니 미용 시술만 하는 곳이라 나 같은 환자는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대기 끝에 피부과 전문의를 겨우 만나긴 했지만, 돈 안 되는 환자취급 받는 것 같아 어이가 없더라"고 말했다.

강남의 한 피부과(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 1일 강남역 인근의 피부과. 2026.6.6

◇ 돈 되는 미용시술만…"대학병원 피부과 최소 4개월 대기"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조차 피부질환을 '홀대'하는 이유는 수익성 탓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피부과 의원 1개당 평균 건강보험 청구액은 4억2천400만 원으로 정형외과(11억9천600만원), 내과(8억7천300만원), 외과(8억900만원) 등 타 진료과에 비해 현저히 낮다.

가격이 정해져 있는 보험 급여 진료만으로는 임대료 등 높은 개원 비용과 병원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비급여 미용 진료를 병행하거나 아예 미용 진료만 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9월 심평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일반의가 신규 개설한 의원급 기관은 176곳이며 1곳당 평균 2.4개 과목을 진료하겠다고 신고했다. 이 가운데 피부과 신고가 146건으로 무려 83%를 차지했다.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일반의 대다수가 피부 미용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최응호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는 "보험 환자만 봐서 병원을 유지하려면 의사 한 명이 하루에 120~150명의 환자를 쉼 없이 돌봐야 하는 것이 기형적인 현주소"라며 "최근 도심에 피부과를 개원하려면 인테리어와 장비 비용 등에만 10억에서 15억 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은행 대출금과 높은 유지비를 감당해야 하는 의사들로서는 자연스럽게 비급여 미용 진료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경증 피부 질환자가 1차 의료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다 보니 대학병원 피부과의 진료 정체 현상은 갈수록 심화한다.

최 교수는 "중증 아토피나 건선에 쓰는 고가의 신약은 건강보험공단의 까다로운 심사 체계와 삭감(심사 보류 및 환수) 위험이 커 개인 병원에서는 아예 처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만 몰리는데, 현재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 피부과는 최소 4개월을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마비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 일부 국가처럼 일상적인 피부과 진료를 받기 위해 수개월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국내에서도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환자들에게 농담처럼 '강북에 있는 55세 이상 원장님이 계신 오래된 병원을 가라'고 조언하곤 하는데, 이것이 1차 의료 인프라의 붕괴를 보여주는 우리의 슬픈 현실"이라며 씁쓸함을 표했다.

'진짜 피부과'의 실종 사태는 환자들이 정확한 초기 진단을 받을 기회를 놓치게 한다.

강남의 직장에 다니는 이모(42) 씨는 "지난달 좁쌀 발진 같은 증상이 생겨 직장 근처 병원을 찾았더니 대충 보고 스테로이드 연고만 처방해 줬는데 이후 증상이 외려 악화됐다"며 "결국 2시간을 대기해 다른 전문 병원을 찾았더니 단순 피부염이 아닌 '대상포진'이었다. 피부과라는 간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허탈했다"고 밝혔다.

김범준 중앙대 의대 피부과 교수는 "피부 질환은 가려움이나 발진 등 육안상 유사해 보이는 증상이라도 원인이 완전히 다를 수 있어 정밀한 감별이 필수적"이라며 "1차 진료 단계에서 적절한 감별이 이뤄지지 않아 진단이 지연되면, 경증으로 끝날 질환이 만성화되거나 치료 시기를 놓쳐 중증화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비전문의 의원 간판에서 '진료과목' 표기 자체를 삭제하고 미용 시술 기관과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4일 "이번 개정 검토는 우선 피부과 과목에 국한된 것"이라며 "피부과를 표방해 놓고 실제 피부과 진료는 보지 않은 채 미용이나 성형만 하는 병원이 늘어나는 것은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병원 간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는 의견 수렴 등이 더 필요해 아직 확정된 바는 없으며, 하반기에 추가 검토를 거쳐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대한피부과의사회는 공식 사이트에서 '우리동네 피부과 전문의' 검색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간판에 '피부과의원'이라고 적혀 있는지, 병원 홈페이지에 '피부과 전문의'라고 소개돼 있는지, 공식 인증 마크나 빨간색 '피부과 전문의' 표식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김 교수는 "환자가 피부과 전문의 진료 여부, 일반 피부질환 진료 가능 여부, 소아 피부질환 진료 여부, 알레르기·접촉피부염 검사나 진균 검사 가능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용 진료와 질환 진료를 대립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필요할 때 적절한 피부질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본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minj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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