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대통령 "이란, 우리를 對美 협상카드로 사용…용납 못해"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이란은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우리를 협상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이란 정권을 맹비난했다.
아운 대통령은 수도 베이루트 대통령궁에서 CNN과 진행해 5일(현지시간)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란이 더는 레바논 문제에 개입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운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당신들은 우리를 도우려는 게 아니다. 레바논 국민들이 당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의 이익은 당신들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실권을 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향해서도 "이곳(레바논)은 당신들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의 나라"라고 비판했다.
현재 레바논 남부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내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교전은 막바지에 접어든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의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아운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을 미국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는 협상 지렛대로 사용함으로써 중간에 낀 레바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지난 2일 "이란은 (이스라엘·헤즈볼라 교전과 대미 협상을) 모두 섞으려고 한다"며 이란이 헤즈볼라를 배후 조종해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하고, 여기서 촉발된 갈등을 대미 협상에 연계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짚은 바 있다.
아운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향해서도 "정말 끝없는 전쟁 속에서 살아가고 싶은가"라고 물으며 양국 간 적대 행위의 영속적인 종식을 촉구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양국은 공식적인 전쟁 상태다.
아운 대통령은 "우리는 (이스라엘과의 전쟁 종식에) 준비돼 있고, 의지도 있고, 전념하고 있다"며 "만약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다면, 당신들은 결코 평화와 안전, 안보 속에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헛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지난 3일 미국의 중재로 성사된 레바논과 이스라엘 정부 간 휴전 합의가 전쟁이 아닌 외교 협상을 통해 해법을 마련할 "거대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번 휴전 합의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 이남에서 헤즈볼라의 완전한 공격 중단과 모든 헤즈볼라 대원의 철수를 전제로 하며, 양측은 레바논 정부군이 헤즈볼라 같은 '비국가 행위자'를 배제하고 독점적으로 통제하는 시범 구역을 신속히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아운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전쟁 종식) 합의에 도달하기 전에는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양국 정부 간 합의에서 정규군이 아닌 헤즈볼라는 당사자가 아니다.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정치적·군사적으로 영향력이 큰 '국가 내 국가'로 여겨지며, 양국 정부 간 합의를 거부하고 있어 실효성은 미지수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은 지난 3월 2일 헤즈볼라가 이란을 도와 참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스라엘이 레바논 전역을 맹폭하고, 헤즈볼라의 위협을 제거한다며 국경 넘어 레바논 남부 지역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레바논에서 3천500명 이상 사망했고, 인구의 5분의 1이 피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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