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AI 투표' 첫 지방선거…AI는 유권자가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생성형 AI(인공지능) 본격 도입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6·3지방선거에 'AI 투표'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전투표 기간(5.29~30) AI를 활용해 투표한 사례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모두 7장의 투표용지(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교육감, 광역의원과 비례대표, 기초의원과 비례대표)에 기표해야 한다.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곳에서는 투표용지가 8장으로 더 는다. 1~2장인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훨씬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셈이다.
동시에 여러 선거의 선택을 하기 위해 참고할 정보나 파악할 일이 많아지자 젊은층을 중심으로 AI를 활용하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다. 선거 벽보나 공보, 현수막, 토론회, 광고 등을 통해 직접 파악하는 것보다 AI에 물어보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후보가 많다 보니 꼼꼼하게 따져보기도 쉽지 않다. 서울을 비롯한 광역단체장 후보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심이 높지만, 기초단체장이나 광역·기초 의원, 비례대표 후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진다.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대목이다.

AI 투표는 젠지(Z세대·1990년대 후반~2020년대 초반 출생 세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이기도 하다. 기성세대가 일일이 정보를 살펴보는 것에 비해 AI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표 결정을 내리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 참여라고 볼 수 있다.
후보 검증 측면에서 AI 투표가 더 유용할 수 있다. 특정 후보의 학력이나 경력 등 긍정 요인은 쉽게 나타나 있으나 부조리나 공약의 허실 등에 대해서는 AI를 통해 좀 더 폭넓게 파악해 볼 수 있다. 물론, 딥페이크나 가짜 정보는 선별해야 한다.
AI에 프롬프트(AI에 입력하는 명령이나 질문)를 어떻게 작성하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막연하게 '적합한 인물이 누구?'라고 할 때와 '정책과 실현 가능성, 전문성과 도덕성 등을 기준으로…'라고 적어 질문할 때 얻는 대답의 유용성은 상당히 다르다.
AI에 다층적 질문을 할 때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된다. AI는 사실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통계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답변을 생성하기 때문에 오류나 허위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공약 비교를 해본 뒤 예산 확보 가능성, 민원 처리 능력 등 다양한 측면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AI를 현명하게 활용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AI가 동일한 후보를 추천한다면 민주주의는 어떻게 될까? 유권자가 후보를 애써 검증하는 대신 편리한 AI 요약본만 읽게 되면 민주주의의 숙의 과정도 약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다만, AI가 반려동물 못지않게 생활 속으로 파고든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이제는 영향을 미치는 분야보다 그렇지 않은 분야를 찾기가 더 쉬울 정도로 널리 퍼졌다. AI의 부족한 측면은 발 빠른 기술 혁신이 점점 메워가고 있다.
AI 시대 선거에서 분명한 것은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최종 결정은 유권자가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책임은 AI가 지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AI는 유권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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