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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트럼프의 국가 브랜드 사유화

연합뉴스입력
250弗 지폐·골드카드·케네디센터 등 잇단 잡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이 들어간 250달러 지폐 시안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쳐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인간은 불멸(不滅)을 꿈꾸지만 필멸(必滅)의 존재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이름 남기기'다. 자식에게 성(姓)과 이름을 물려주고, 건물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 묘비명까지 직접 짓는다. 특히 권력을 쥔 사람일수록 그 욕망은 강렬하다. 심리학에선 이를 '상징적 불멸성(Symbolic Immortality)'이라고 한다.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에는 인간의 명예욕이 함축돼 있다.

실제로 역사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 한 권력자들이 적지 않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이름을 딴 법전과 훈장을 남겼고, 스탈린은 볼고그라드를 스탈린그라드로 바꿨다. 마오쩌둥은 자신의 어록을 전 인민의 손에 쥐여줘 암송하도록 했고, 김일성은 광장과 대학, 훈장, 심지어 달력의 연호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채웠다. 이들을 같은 선상에 놓기는 어렵지만, 공통점이 있다. 국가의 역사와 상징, 집단의 기억을 자신의 이름과 결합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상징은 오래 남는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브랜드 사유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는 즉시 트럼프 얼굴을 새긴 250달러 지폐를 발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살아 있는 대통령의 초상을 지폐에 새기는 것은 미국 화폐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여기에 고액 투자이민 프로그램 '트럼프 골드카드'와 '트럼프-케네디센터 개명' 논란까지 가세했다. 급기야 건국 250주년 기념 콘서트에 섭외된 아티스트들마저 행사의 정치적 성격을 사전에 고지받지 못했다며 잇달아 출연을 거절했다. 일부 미국 언론은 250주년 기념사업이 공화국의 역사보다 트럼프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것을 우상화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선거가 존재하고, 언론과 사법부가 작동하며,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자유롭다. 다만 트럼프는 유독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길 좋아하는 정치인이다. 그는 사업가 시절부터 트럼프타워, 트럼프호텔, 트럼프골프클럽 등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했다. 정치 입문 뒤에도 그 관행은 이어졌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서 스스로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자찬했다. 일각에선 이를 '국가 상징의 개인화'나 '국가 브랜드의 트럼프화'로 해석한다.

연방판사 크리스토퍼 쿠퍼는 케네디센터 이사회의 일방적 의결만으로 '트럼프-케네디센터'라는 이름을 용인할 수 없다며 트럼프 명칭을 떼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얼굴을 새긴 250달러 지폐 구상도 의회 입법이라는 장벽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하는 욕망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의 상징은 특정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소유다. 건국 250주년을 맞는 미국이 정작 기념해야 할 것은 공화국의 역사가 아니겠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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