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바다이야기 시절 멈춘 게임 경품 규제 해결은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오랫동안 경직돼 있던 게임물 경품 규제를 손보자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실제 규제 완화까지 이어지기까지는 고려해야 할 지점이 많아 정부도 학계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상황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에 참가하는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경품 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최 장관은 경품 규제 완화 관련 요구에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발의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에도 이런 지향점이 담겨 있다.
온라인 게임 경품 규제를 아케이드 게임에만 적용하고 온라인 게임에서는 폐지하자는 취지다.

◇ 인게임 대회 우승해도 경품 못 줘…유통업계 발목도 잡아
게임업계에서 경품 규제 완화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규제가 게임 운영 과정에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의 인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 운영진은 지난해 말 게임 내에 '카제로스 레이드: 최후의 날'을 출시했다.
레이드는 강력한 적을 다수의 이용자가 팀을 이루고 합을 맞춰 함께 처치하는 MMORPG의 콘텐츠다.
제작진은 강력한 보스 '카제로스'를 최고 난도로 가장 먼저 처치한 팀에게 게임 피규어를 기념품으로 주는 이벤트를 열었으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 결과에 따라 실물 경품을 주는 것이 게임산업법 위반이라며 내용수정신고를 반려했다.
이런 일은 게임위 회의록을 보면 심심찮게 벌어진다.
넷마블[251270]은 2024년 초 자사 MMORPG '레이븐2' 출시를 기념해 상금을 내걸고 e스포츠 대회를 기획했으나, 게임위는 이를 반려했다.
이용자가 게임을 장시간 이용해 획득하는 캐릭터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한다는 이유에서였다.
2023년에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에서도 제작진이 신규 던전 출시와 함께 당첨된 이용자에게 치킨 기프티콘·마우스패드 같은 소소한 경품을 내걸려고 했지만, 게임위가 반려 처분했다.
같은 경품 이벤트라도 무작위 추첨이면 가능하지만, 게임 이용 결과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으면 원천 금지된다.
블루포션게임즈는 2024년 '에오스 블랙'을 출시하며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1등 상품으로 6천만∼7천만원 상당의 고급 승용차 제네시스 G80을 준다고 홍보했다.
응모권은 게임에서 퀘스트 수행을 통해 얻을 수 있었는데, 게임위는 여기에 게임산업법을 근거로 제동을 걸었다.
결국 제작진은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이벤트 방식을 변경해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규제의 여파는 유통업계까지 미쳤다.
게임위는 2023년 앱 내에 보상형 미니게임을 서비스하는 국내외 7개 업체에 시정요청 공문을 보내 "등급분류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앱 내에서 작물 키우기 게임을 하면 실제 과일이나 채소를 집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올웨이즈', 미션을 완료하면 생필품을 주는 미니게임을 서비스했던 '그립' 등이 내용을 출석 체크 형태로 수정해야 했다.

◇ 바다이야기 사태서 시작한 경품 규제…세심하게 풀어야
여기까지 들으면 현행 경품 규제가 굉장히 불합리한 규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맨 처음 법이 생긴 취지를 생각해보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게임산업진흥법에 명시된 현행 게임물 규제 체제는 2006년 전국을 뒤흔든 사행성 게임기 '바다이야기' 사태의 산물이다.
바다이야기는 당시 오락기에서 나온 상품권을 게임장 인근에서 현금을 주고 매입하는 방식으로 도박 규제를 피했다.
현행 게임산업법의 경품 규제는 이같은 영업 방식을 원천 봉쇄하고자 마련됐다.
하지만 이런 영업 방식은 현재도 남아 있는 성인 오락실·성인 PC방에서 암암리에 발생하고 있다. 경찰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합동 단속을 통해 주기적으로 적발하고는 있지만, 농어촌을 중심으로 오히려 확산하며 역부족인 실정이다.
조승래 의원안처럼 경품 규제를 아케이드 게임에만 한정짓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게임 자체가 사행성을 띠고 있는 웹보드·소셜카지노 게임 때문이다.
웹보드 게임에서 미리 짜고 잃어주기 방식으로 불법 머니를 충전해 주는 환전상과 이를 홍보해 주는 인터넷 방송인들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수준이다.
웹보드 게임 업체들도 모니터링과 패치를 통해 불법 환전을 방지하고 있다고는 하나, 환전상들은 시스템상의 허점을 어떻게든 찾아내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경품 규제 완화가 블록체인을 도입한 P2E(Play to Earn) 게임 허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P2E는 코로나19 이후 가상화폐 붐이 다소 시들해지면서 생명력을 잃은 장르가 된 것이 사실이나, 경품 규제 완화에 적용될 경우 도박성 게임으로 번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P2E 게임이 합법인 해외 국가들에서는 가상화폐와 결합한 카지노 게임, 스포츠 베팅 사이트가 성업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뛰어들었던 일부 국내 게임사들도 한때 소셜카지노 게임업체와 적극적으로 제휴하며 사업 확장을 꾀했다.
게임문화를 진흥하고 혁신 산업을 지원한다는 의도로 시작한 경품 규제 논의가 세심한 정책 설계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문체부와 국회의 다음 행보에 게임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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