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파병기념관 준공식…김정은 "북러, 강력한 보루로 강화돼야"(종합)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쿠르스크 해방작전 종결' 1주년을 맞아 평양에 파병 활동을 기리는 기념관을 완공하고 성대한 준공식을 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준공 의식에 참석한 러시아 고위 인사들 앞에서 북한군의 희생과 기여를 부각하고 군사동맹 강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준공식이 전날 김정은 위원장과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준공식 연설에서 "우리는 이 기념관에 피로 쓴 조로(북러) 친선의 새 역사, 피로써 전취한 정의의 새 역사를 새겼다"고 역설했다.
그는 "전쟁의 규칙이 어떻게 달라지든, 언제 어디서 위기가 발생하든 우리는 항상 단합된 힘으로 대처해 나가는 진실하고 헌신적이며 강력한 보루로 강화되어야 한다"며 양국 국민이 이를 염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념관 앞에서 미래를 향한 결심은 더욱 확고해진다"고 말했다.
북러가 어떤 위기에도 '단합된 힘으로 대처'하는 보루가 돼야 한다는 발언은 양국이 2024년 6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북러 군사동맹 조약('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이행 의지를 거듭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양국이 "평화와 주권을 위하여 어깨를 겯고 한 전호에서 싸웠으며 파시즘의 부활을 막고 패권주의 세력의 전쟁 야망을 분쇄하는 데서 관건적 의의를 가지는 전과를 달성했다"며 쿠르스크 해방 작전의 '전략적 의의'가 대단히 크다고도 말했다.
이어 "생명을 바치는 희생보다 더 신성한 기여는 없다", "조선인민군의 영용한 투쟁으로 하여 미국과 서방이 추구하는 패권주의적 기도와 군사적 모험이 좌절되었다"고 자찬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볼로딘 의장이 대독한 편지에서 "(북한군의) 무비의 위훈은 모든 러시아 공민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며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동노력으로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소련군은 조선 애국자들과 함께 귀국을 일본 식민주의 통치로부터 해방하며 1950년대에는 외국 침략자들과의 투쟁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수호하는 데 원조를 제공했다"고도 언급했다.
북한의 쿠르스크 파병 이후 소련이 2차 세계대전 승리로 일제의 통치를 끝내는 데 기여했다는 식의 발언이나, 그동안 공식화되지 않았던 소련 공군의 6·25전쟁 참전 사실을 언급하는 사례가 북러 간에 늘어나고 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남부 지역으로 2024년 8월 우크라이나군에 일부를 점령당했다.
북한은 파병을 통해 러시아가 쿠르스크를 재탈환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고, 러시아는 지난해 4월 26일 쿠르스크 영토 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평양의 신도시인 화성지구에 파병군 희생과 활약상을 기리는 기념관을 착공했다. 이후 딸 주애 등을 대동하고 여러 차례 건설 현장을 찾아 기념관 조성 상황을 챙겼다.

기념관에는 희생된 병사들의 유해도 안치됐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희생자 중 한 명의 유해에 흙을 얹고 유해안치실을 찾아 헌화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 측 인사들과 함께 기념관에 조성된 노획무기 전시장도 돌아봤다. 주북 러시아대사관 텔레그램 채널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독일제 탱크와 각종 총기 등이 전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측에서는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춘룡 당 비서, 노광철 국방상 등 당정군 간부들과 인민군 대연합부대장, 러시아에 파병됐던 전투·공병부대 장병과 유가족 등이 참석했다.
같은 날 파병기념관 앞 야외에서 희생 병사들을 위한 추모음악회가 '조국의 별들'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돼 김 위원장과 러시아 대표단이 관람했다. 또 박태성 내각총리와 국방성이 희생 병사 유가족을 위한 위로연을 마련했다.
북한이 쿠르스크 작전 종료 1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파병 기념관을 조성하고 기념행사를 연 데는 자신들의 희생이 러시아가 추구하는 미국 패권 저지에 크게 기여했음을 부각하고 지속적인 대가를 받아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는 파병에 따른 내부 동요를 잠재우려는 목적일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향후 러시아로부터 받아낼 첨단 기술과 경제적 지원 등이 시혜가 아닌 '정당한 대가'임을 강조한 것"이라며 기념관 준공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도 "혈맹의 상징성을 통해 러시아를 한반도 문제의 고정적 상수로 묶어두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러시아도 볼로딘 의장과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을 이례적으로 이번 행사에 동시 파견하며 성의를 보이는 모습이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북한 해외작전부대 지휘관과 전투원들에게 러시아 대통령 정령에 따른 '용감성 훈장'을 수여하는 행사를 방북 기간 별도로 열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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