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타코'에 베팅? 美·이란 긴장고조에도 亞증시 일제상승
코스피 0.95%↑…日닛케이255, 대만 가권도 각각 0.8%, 0.9%씩 올라
호르무즈 재봉쇄, 미국의 이란 화물선 포격에도 투자자들 '상방에 베팅'
전문가들 "양국 갈등은 협상 위한 전술적 수싸움…AI 기대감도 작용"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자마자 다시 걸어 닫는 등 '2주간 휴전' 종료를 앞둔 미국과 이란 양국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지만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국제유가가 급등락을 보였으나, 주식시장의 경우 호르무즈 개방과 재봉쇄 모두 휴장 기간 벌어진 일이었던 까닭에 충격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매번 극단적 수준으로 위기감을 고조시킨 뒤 한발 물러서며 실익을 챙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 패턴에 대한 학습효과 역시 작용했을 수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8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59.00포인트(0.95%) 오른 6,250.92를 나타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개인과 기관이 111억원과 2천565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은 홀로 3천244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여타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대체로 상승 중이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480.76포인트(0.82%) 오른 58,956.66, 대만 가권 지수는 346.44포인트(0.94%) 오른 37,150.78을 보인다.
이란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17일 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을 일시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이란 군부는 불과 하루만인 18일 미국이 대(對)이란 해상봉쇄를 풀지 않은 것을 문제 삼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했다.
이어 19일에는 해상봉쇄를 뚫으려던 이란 화물선이 미군의 포격을 받고 나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측 협상 대표단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가고 있고 20일 협상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란이 합의를 수용하지 않으면 모든 발전소와 교량에 폭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란과의 '2주 휴전'이 종료되는 21일을 앞두고 대이란 압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도 미군의 발포를 휴전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보복을 공언했다.
이처럼 군사적 긴장이 커지는데도 아시아 증시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는 건 현재의 '강대강' 대치가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보여주기' 성격이 강하다고 보는 시장 참여자가 많아서다.
한지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사안이 복잡해진 모습이지만 미-이란 전쟁이 수습 국면에 돌입했다는 전제는 변하지 않았다"면서 "양국 갈등은 협상을 위한 전술적인 수싸움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도 "이란의 해협 재봉쇄 발표는 사태 재격화를 암시하는 새로운 악재 출현보다는 2차 협상을 앞두고 이란측의 전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 성격이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1차 협상 전후 미국·이란간 논의의 초점은 핵 모라토리엄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대가로 한 이란 현 체제 보장 및 동결자산 해제, 경제적 보상 및 지원 등의 '가격흥정'으로 이동했다"면서 "어렵게 조성된 현 협상 테이블을 뒤엎는 시도는 이란에겐 굳이 전쟁이 아니더라도 국제 사회 비난 속 경제 환경 전반의 고사를 앞당기는 자해행위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이란 사태 관련 동향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 이미 전쟁 관련 불확실성을 대부분 반영한 상태인데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새로운 도약 가능성이 더 중요한 현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협상까지 갈 길이 멀고 전쟁이 끝나도 에너지 공급 차질이 역대급인데도 지난달 30일 이후 주식시장 반등의 기울기가 매우 가파른 데는 뭔가 다른 요인이 있다"고 "제 추정으로는 최근 핫한 앤트로픽의 미토스(Mythos) 출시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엔트로픽 내부문서와 소스코드가 유출되며 존재가 드러난 미토스는 스스로 보안 취약점을 찾아 공격 코드를 자율적으로 만들어 내는 등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허 연구원은 "AI가 처음으로 최고 수준 해커를 능가하게 된 것"이라면서 이것이 보여주는 건 "AI 사용 범위가 경쟁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분간 미국·이란 협상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은 또 요동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다시 AI에 흥분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7일 11.45% 급락해 배럴당 83.85달러에 마감했던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이날은 6.38% 오른 배럴당 89.20달러에 매매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현재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7.40원 내린 1,476.0원이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장보다 3.11% 오른 50.02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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