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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축유 스와프' 전격 시행…원유 수급 차질 대응(종합)

연합뉴스입력
정유사에 비축유 먼저 빌려주고, 대체 물량 확보 때 상환·정산 정유 4사 모두 신청, 2천만 배럴 규모…"중동산 원유 확보 숨통 트일 것" 산업부 "6월까지 원유 수급 문제없어"…석화제품 매점매석 금지조치 검토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한국석유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유 수급 및 석유제품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비축유 스와프(SWAP·교환)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정유사가 원유 대체 물량을 확보한 뒤 이를 증명하면 정부가 비축유를 먼저 빌려준 뒤 대체 물량의 국내 도착 시 이를 비축유 탱크에 돌려받는 방식으로, 원유 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31일 정부세종청사 '중동 상황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이날부터 '정부 비축유 SWAP 제도'를 도입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비축유 SWAP 제도는 정부가 보유한 비축유를 민간 정유사가 대체 도입하기로 한 원유와 맞교환하는 개념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내 정유사의 의존도가 높은 중동산 원유 도입에 차질이 빚어지자 정부가 비축유를 긴급대여 방식으로 정유사에 우선 빌려준 뒤 돌려받아 석유제품 생산 차질 등 우려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비축유 방출과는 다르다. 정유사가 대체 물량을 확보해야만 원유를 내어주기 때문에 대체 물량 확보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고, 정부 입장에서는 비축유 재고가 결과적으로 소진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SWAP 절차는 정유사가 대체 물량 선적 서류를 제출하면 산업부와 석유공사가 타당성 검토 후 비축유를 제공하고, 대체 물량 선박이 국내에 도착하면 석유공사 비축유 기지에 원유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중동 전쟁으로 중동산 원유 수입 길이 막히면서 정유사들이 아프리카, 미주, 호주 등 각지에서 원유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선 가운데 대체 물량의 국내 도입에 걸리는 시간이 14∼50일에 달하는 만큼, 일시적 도입 차질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원유 도입 계약을 맺고 실제로 원유를 선적해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호주산은 14일, 중동산은 20일, 미국산은 50일 정도가 소요된다.

한화오션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한화오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비축유 SWAP 제도는 4∼5월까지 2개월 동안 실시한 뒤 추후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아 1개월씩 연장할 수 있다.

정산 가격은 비축기지 기본 대여료에 기업의 대체 물량과 정부 비축유 간 가격 차액을 더해 받는다.

가격 차액은 비축유 월평균 현물 가격에서 대체 물량 실제 구매가격을 뺀 값으로 책정한다. 월말에 사후 정산한다.

가격이 급등 중인 중동산 원유를 비축유로 제공받고, 추후 같은 물량을 미국산 원유로 상환하는 경우 그 차액만큼을 더 지불하는 방식이다.

양 실장은 "사전 수요 조사에서 국내 정유 4사 모두 비축유 SWAP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신청했고, 4∼5월 신청 가능 물량이 총 2천만배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오늘부터 공식 접수를 하는데, 1개 정유사가 200만배럴 규모의 SWAP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동산 원유 도입을 전제로 석유 블렌딩 설비를 갖춰 놓은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보유한 중동산 비축유를 먼저 꺼내 쓴 뒤 나중에 다른 지역에서 확보한 원유를 반납해도 되기 때문에 제도 활용 유인이 크다.

양 실장은 "정부 비축유 중 중동산 비중이 가장 높고 2천만배럴 이상이어서 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 지역에 발이 묶인 우리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7척으로, 총 1천400만배럴 규모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양 실장은 "정부가 파악하기로는 6월까지 비축유 방출을 포함해 (국내 원유) 수급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기업들이 얼마나 대체 물량을 확보하느냐와 중동 사태가 언제 정리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에 정박한 LNG 수송선[연합뉴스 자료사진]

양 실장은 예멘의 친(親)이란 성향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홍해 통항이 추가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해양수산부 등과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원유 도입 차질에 따른 주요 석유제품 공급망 수급 상황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실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약품, 조선 등 관련 품목 중 헬륨과 브롬화수소, 황산, 에틸렌 등은 상반기까지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며 "특히 수액포장제의 경우 3개월간 수급 차질이 없도록 조처했고, 대체 공급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생활필수품, 보건·의료 등 필수제품 원료인 석유화학제품의 공급 차질 방지를 위한 매점매석 금지 등 조치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 실장은 "보건의료, 생필품, 핵심 산업 등 중요 품목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고려해 배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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