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공포에 환율·금리 치솟고 주가 급락…한국경제 먹구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중동 전쟁 격화 기로 앞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였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 1,520원에 다가섰고, 코스피는 장중 5,400 아래로 속절 없이 미끄러졌다. 채권 금리는 급등했다.
중동발 불확실성에 유가와 환율이 나란히 치솟으면서 실물 경제 충격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6.7원 오른 1,517.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9일 종가(1,549.0원)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국민은행 기준 공항 창구 환전 환율은 1,578.3원으로, 1,580원에 육박했다.
중동 정세에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국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이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들을 초토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란군 측이 "적대국의 어떤 공격에도 더 심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중동발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브렌트유도 115달러에 근접하는 등 국제 유가가 치솟았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48시간 최후통첩에 대한 경계감과 함께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이 환율 상승 압력을 더했다"고 분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331 오른 99.810 수준이다. 지난 19일 99선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1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최근 달러인덱스 상승세에 비해 원화 가치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증시는 새파랗게 물들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장보다 375.45(6.49%) 내린 5,405.75로 장을 마쳤다. 장중 5,397.94까지 하락했다.
삼성전자[005930](-6.57%), SK하이닉스[000660](-7.35%), 현대차[005380](-6.19%), LG에너지솔루션[373220](-5.19%)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일제히 급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3조6천98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은 7조30억원 순매수, 기관은 3조8천172억원 순매도를 각각 기록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1,096.89로, 64.63(5.56%) 하락했다.
채권 금리는 크게 뛰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9.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611%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4.0bp 오른 연 3.875%를 각각 기록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차기 총재 후보자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이라는 평가에 채권시장이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이날 보고서에서 신 후보자가 이르면 올해 5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시장에 던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상자산은 비교적 선방 중이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1개는 전날보다 0.28% 오른 1억230만6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0.52% 내린 306만7천원, 엑스알피(리플)는 0.67% 내린 2천67원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오히려 급락세다.
KRX 금 시장의 국내 금 시세는 전날보다 6% 이상 하락해 1g당 21만650원까지 밀렸다. 지난달 2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고환율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 충격 심화에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2% 성장 달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물가는 뛰고 성장은 더뎌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계감이 커지는 것이다.
박형중 애널리스트는 "내일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 기한까지 아무 일이 안 일어나도 환율이 안정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올해 국내외 주요 기관이 전제한 국제 유가는 60달러 초중반"이라며 "이란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돼도 유가가 70달러를 밑돌기는 어려워 보이고, 그로 인한 통화정책 경로 수정 등을 고려하면 환율 레벨 자체가 상향된 상태로 균형점을 찾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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