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이 검사 안 하면 죽을 수도 있다니 어쩌겠어요"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이모(29) 씨는 최근 4살 반려견 '보리'가 뒷다리를 절뚝이자 급히 A동물병원을 찾았다.
A병원은 "슬개골 탈구가 심각하니 당장 수술해야 한다"며 수술비 약 300만원을 불렀다.
그러나 여러 병원을 가봐야 한다는 지인의 조언에 B동물병원을 찾았더니 "아직 2기라 당장 수술할 단계는 아니니 관리를 잘해주라"는 진단을 받았다. 또 추후 수술할 경우 비용은 150만원이라고 했다. A병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씨는 19일 "아픈 곳을 말도 못 하는 아이인데, 선생님이 하자는 검사를 다 안 할 수도 없고…영수증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펨족'이 1천500만명(KB 금융그룹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이르는 가운데, 반려동물 병원비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설 연휴 고향 가는 길에도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시대, '천차만별'인 펫 진료비와 과잉진료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 같은 증상에도 동물병원마다 치료비 최대 수십배 차이
대구에 사는 김모(32) 씨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9살 반려견 '구름이'를 지난달 열흘 정도 입원시키고 60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지불했다.
김씨는 수의사가 진료과정에서 "이 검사 안 하면 개가 죽을 수도 있는데 안 하시겠느냐", "지금 당장 안 하면 위험하다"는 식의 발언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하자는 대로 다 했지만, 이게 정말 꼭 필요한 진료였는지 지금도 의문이 남는다"며 "보호자의 불안함을 이용해 추가 비용을 유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반려동물은 진료비 책정 기준이 없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전국 동물병원 3천950개소를 조사한 결과, 주요 진료 항목 전반에서 가격 격차가 확인됐다.
특히 소비자들의 체감도가 높은 검사 항목에서 비용 차이가 두드러졌다.
혈액검사의 경우 최저 1만원에서 최고 15만원으로 15배 차이, 초음파 촬영 등 영상 검사비는 최저 1만 원에서 최고 32만5천원으로 무려 32.5배 차이를 보였다.
기본 진찰료도 시도별로 최저 1천원에서 최고 6만1천원으로 지역에 따라 최대 61배까지 벌어졌다.
입원비는 하루 기준 최저 1만원에서 최고 20만원으로 20배의 차이를 보였으며, 심장사상충 예방약 같은 투약 조제비마저 병원에 따라 수만원씩 가격이 널뛰었다.
진료비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 보니 같은 증상 치료비가 병원에 따라 최대 수십 배까지 벌어진다.
경기도 광주시 주민 서모(27) 씨는 지난해 9월 5살 반려견 '두부'의 치주염 증상으로 치과 전문병원을 찾았다가 스케일링과 엑스레이, 수면마취 비용으로 약 120만원을 냈다.
서씨는 "강아지 치과 진료는 처음이라 잘 몰랐고 아이 상태가 안 좋다는데 치료 안 하고 나오기가 꺼려져 그대로 진행했다"며 "그런데 동네 병원에서는 30만~40만원 선에서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 과잉진료 논란…'진료비 사전 미고지' 불만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2025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견 및 반려묘 양육자 중 최근 1년 이내 동물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가구는 95.1%(중복응답)에 달했다.
반려동물 1마리당 월평균 양육비는 약 12만1천원이며, 그중 병원비는 월평균 3만7천원을 차지했다.
동물병원 진료 관련 분쟁도 늘었다.
지난 4일 한국소비자연맹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동물병원 관련 피해 상담은 총 576건에 달했다.
전체 상담 중 진료비 관련 피해가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는데, 진료비 과다 청구가 가장 많았고 과잉 진료와 사전 미고지가 뒤를 이었다.
특히 '진료 전 예상 비용을 듣지 못했다'는 사전 미고지 관련 불만은 2023년 이후 증가세다.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는 송모 씨는 2024년 8월 13살 반려견의 기침이 심해져 찾은 동물병원에서 정밀 검사도 없이 "노견이고 심잡음이 있다"며 즉시 심장병 약 복용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2~3주에 한 번꼴로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권유받아 주당 40만~5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며 "사전에 진료비 안내를 받은 적이 없었고 매번 결제 단계에서야 금액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 아이가 먹는 약이 무엇인지, 병이 몇 단계인지조차 보호자가 알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인터넷에서 찾아본 내용을 토대로 질문하면 병원 측이 불쾌해하는 분위기라 더는 묻기도 어려웠다"고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송씨의 반려견은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났다. 반려견이 기운이 없다는 이유로 이틀에 한 번씩 영양 수액 처치가 이어졌고, 마지막 날에는 충분한 설명 없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지 3시간 만이었다.
송씨는 "심장병이 있는 경우 수액이 폐수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검사 결과상 큰 이상이 없었음에도 무리하게 처치를 이어간 것이 과잉 진료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의사들은 동물 진료의 특성상 '과잉 진료'의 경계선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반려동물은 자신의 증상을 직접 말할 수 없기에 수의사가 보호자의 관찰 기록에 의존해 진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C씨는 "놓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원인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검사를 권유하게 되는 면이 있다"며 "진단 과정에서 신중을 기하는 노력이 보호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과잉 진료로 비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펫보험 있지만…"진료기록 제공 의무 없어 '허점'"
치솟는 병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펫보험'을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진료기록 제공 의무가 없는 제도적 허점 탓에 보험이 보호자들에게 충분한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민혁 펫보험 설계사는 "동물병원비가 워낙 부담스럽다 보니 갑작스러운 지출을 대비해 보험 가입이 많아지는 추세"라면서도 "하지만 실제 청구를 도와주다 보면 같은 진료여도 병원비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진료 데이터의 비공개성이 보험 제도의 안착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설계사는 "진료기록 제공 의무가 없다 보니 수의사의 진단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고, 일부에서는 보험 보상을 염두에 둔 과잉 진료가 이뤄지기도 한다"며 "이러한 불투명한 구조가 보험사의 손해율을 높여 결국 보험료 인상이나 보장 범위 축소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보호자에게 돌아온다"고 짚었다.
보험료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고 설계사는 "나이와 품종에 따라 월 3만원에서 10만원 이상까지 차이가 나는데, 특히 대형견은 보험료가 매우 높아 가입률이 떨어지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마리를 키우는 분들은 보험료 부담을 이기지 못해 중도 해지하는 경우도 많다"며 "불투명한 진료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펫보험이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으로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표준 진료 지침 부재…"전문 중재 기구 필요"
전문가들은 현행 법체계가 반려동물 보호자에 불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인과율 김병준 변호사는 "과잉 진료 손해배상 청구 시 가장 큰 장벽은 특정 진료가 '불필요'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수의사에게 광범위한 진료 재량권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합리적 범위를 명백히 벗어났음을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수의사법은 진료부 작성 의무만 규정할 뿐 보호자의 열람 권한은 명시하지 않아 증거 확보조차 힘든 구조"라며 "특히 동물 의료에는 과잉 진료의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될 '표준 진료 지침'이 부재한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2022년 개정 수의사법을 통해 진료비 고지 및 게시 의무가 도입됐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김 변호사는 "진료비 게시 제도 역시 일부 항목에 한정되어 있고 위반 시 과태료도 100만 원 이하에 불과해 제재 효과가 미미하다"며 "게시 방식에 대한 세부 기준이 없어 형식적 게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진료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 보안의 목소리가 커진다.
법무법인 르네상스 염승하 파트너 변호사(겸 수의사)는 "현재 '동물 진료의 권장 표준' 고시를 통해 질병명과 진료 행위명에 대한 표준화된 분류체계가 마련되어 있는 만큼, 이를 임상 현장에서 실무적으로 완전히 정착시키고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전 설명 및 서면 동의 의무가 전신마취를 동반하는 중대 진료에만 한정되어 있어, 논란이 빈번한 일반 검사나 처치 과정에서의 소통 공백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염 변호사는 "수의학·법률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3의 전문 중재 기구를 설치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전문적인 중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minji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