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스포츠 일반
"효준아 미안해!…선수 생명 걸고 증언한 동료들 고마워"→린샤오쥔 韓 최고 재능이었는데, 당시 빙상연맹 섣부른 징계 없었다면 [2026 밀라노]
엑스포츠뉴스입력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은 결국 태극마크를 달고 있을 때 빛이 날 수 있는 스케이터였다.
중국은 그의 능력이 발휘될 곳이 아니었다.
린샤오쥔이 생애 두 번째 올림픽을 빈 손으로 마치게 됐다.
그는 지난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준준결승에서 탈락해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린샤오쥔은 2024년 3월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다. 린샤오쥔은 당시 남자 500m, 남자 5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 등 세 종목에서 우승하며 3관왕이 됐다. 다시 한 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걸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해도 과언 아니었다.

지난해 2월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의 견제를 뚫고 남자 500m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국제종합대회 시상대 맨 위에 올라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힘차게 부른 것도 인상 깊었다.
린샤오쥔은 아시안게임 뒤 새 조국에서 열린 2025 ISU 베이징 세계선수권까지 거르며 어깨 수술을 받고 2026 올림픽에 사활을 걸었다.
결과는 빈 손이었다.
혼성 2000m 계주에서 예선만 뛰고 준결승, 결승 출전자에서 제외된 그는 중국이 하필이면 결승에서 4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메달을 손에 넣지 못했다. 남자 500m, 1000m, 1500m 개인전 성적은 그야말로 참패였다. 결승은 물론 준결승에 오르지도 못했다. 남자 5000m 계주에선 중국이 준결승에서 탈락함에 따라 메달권에서 일찌감치 벗어났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개막 다음 날 남자 1500m 금메달을 획득, 대한민국 선수단 첫 금메달을 따내고 대회 붐업까지 해낸 린샤오쥔은 평창 대회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2019 ISU 소피아 세계선수권 뒤엔 "다음 올림픽에서 롱트랙(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까지 뛰고 싶다"며 이른바 '이도류'의 꿈까지 드러낼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린샤오쥔은 지난 2019년 6월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이 180도 바뀌었고,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하게 됐다.
린샤오쥔은 같은 해 8월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 재심은 같은 해 겨울 기각됐다.
다행히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자격 정지 징계 효력은 일시정지됐지만 법원에서 린샤오쥔이 유죄 판결 받을 것이란 전망이 상당히 우세하다보니 빙상계에서도 그의 이름은 조금씩 잊혀져 갔다.
린샤오쥔은 실제 2020년 5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 등 유죄 취지 판단의 선고를 받았다. 판결이 뒤집힐 일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2심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같이 훈련하던 전 대표팀 여자 선수들이 그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진술서 및 탄원서 등을 제출한 것들이 1심에서와 달리 중요한 증거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결국 린샤오쥔은 2020년 11월 2심에서 뒤집혀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도 검찰 상고를 기각해 2021년 5월 무죄를 확정했다.
하지만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나올 때 린샤오쥔은 중국 국적을 취득한 상태였다. 린샤오쥔은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몇 달 뒤인 2019년 가을부터 중국으로 건너가 훈련을 했고, 2021년엔 국적까지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빙상계 관계자는 "시기가 애매했다. 린샤오쥔이 가처분 신청을 통해 빙상연맹이 자신에게 내린 징계 효력 정지는 얻어냈지만 형사 사건 본안이 문제였다"며 "특히 2021년 4월 벌어지는 쇼트트랙 한국 대표 선발전 전후로 대법원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게 변수였다. 사건 초반만 해도 린샤오쥔이 무죄 판결 받을 것으로 예상한 이는 거의 없지 않았는가. 린샤오쥔에게 '억울하더라도 자격정지 1년 받고 베이징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치르자'고 건의하는 이도 있었던 것 같은데, 린샤오쥔은 그 길을 완강히 거부했다"고 했다.

실제로 린샤오쥔에 대한 빙상연맹의 자격 정지 효력이 가처분신청을 통해 중단됐지만 그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자격 정지 효력이 다시 생겨 베이징 올림픽 기간과 겹칠 가능성이 있었다. 린샤오쥔이 베이징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치러 태극마크를 다시 달더라도 베이징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불투명했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린샤오쥔은 선수 생활 연장, 올림픽 출전, 조국에 대한 서운함 등이 겹쳐 중국 국적을 취득했는데 이후 한국 고법과 대법원에서 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린샤오쥔의 결백이 입증된 셈이었으나, 한 번 건넌 강을 되돌아오기엔 너무 멀리 가버렸다. 린샤오쥔은 자신의 결백을 믿고 훈련장을 내어준 중국 측 결단에 마음이 움직여 귀화까지 하게 됐다.
다만 린샤오쥔은 2019년 3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9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것이 문제가 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3년 경과' 규정에 걸려 중국 대표로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린샤오쥔에 대해선 평창 올림픽이 열리기 전부터 한국 쇼트트랙의 10년을 책임질 선수라는 평가가 많았다. 체격이나 레이스 운영 등에서 빅토르 안(안현수)과 가장 빼닮은 선수라는 호평도 있었다.
중국으로 간 뒤 린샤오쥔은 한국에서 보던 선수가 아니었다. 주종목도 1500m가 아닌 500m 단거리로 바뀌었고, 베이징 올림픽 직후인 2023~2024년에 부활을 알렸지만 2026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경쟁력이 떨어져만 갔다.
린샤오쥔의 이번 올림픽 참패 배경엔, 옛 조국이 그가 겪은 사건을 몰라본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등법원부터 무죄 판결이 나온 사건에 대해 당시 빙상연맹이 자격정지 징계를 너무 일찍 적용했다. 이는 린샤오쥔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자신의 선수 생명을 걸고 린샤오쥔을 위해 진술서를 한 동료 선수들의 노력(2026 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도 있다)도 린샤오쥔의 무죄 판결에 큰 도움이 됐지만, 당시 빙상연맹의 자격 정지 결정과 후폭풍을 이겨내진 못했다.
빙상계 관계자는 "당시 사건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모두 효준이에게 미안함을 갖고 있다. 아울러 그의 무죄를 위해 뛴 여자 선수들에겐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