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발표에 수사·소환까지…유럽 뒤흔드는 엡스타인 추문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미국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이 유럽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가는 물론 왕실까지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 광범위하게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애초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민주당 주도로 상·하원을 통과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안'의 불똥이 엉뚱하게도 유럽으로 더 크게 번지는 모양새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경찰은 이날 엡스타인과 연루 의혹을 받는 토르비에른 야글란 전 총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야글란 전 총리는 1996~1997년 총리를 지냈으며 2009~2019년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명망 있는 정치가다. 2009~2015년에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노벨위원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노르웨이 국가수사국은 "부패 등의 혐의와 관련해 야글란 전 총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전직 장관이 정부에 소환됐다.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은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소명키 위해 5일 외무부에 소환됐다고 AFP통신이 대통령실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대통령실과 총리실이 각각 "외무장관에게 랑 전 장관을 소환해 해명을 들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부 측 소식통 또한 랑 전 장관이 "소환되었다"는 사실을 AFP통신에 전했으나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영국 정가는 현직 총리까지 엡스타인 추문에 휘말렸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피터 맨덜슨 전 산업장관이 엡스타인과 친분을 유지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국 주재 대사로 임명했다는 의혹이 일면서다.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지율이 폭락한 스타머 총리는 취임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엡스타인과 관련해 야당의 거센 공격에 직면한 데다가 이에 대한 여당 내 비판마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실각 얘기까지 흘러나오자 스타머 총리는 "그(맨덜슨)의 거짓말을 믿고 임명해 죄송하다"고 공개 사과했으나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맨덜슨은 토니 블레어 정부 시절 노동당 내에서 '어둠의 왕자'라 불린 막후 실세다.

엡스타인 파일은 정가뿐 아니라 유럽 왕실까지도 흔들고 있다.
엡스타인과 맞물린 성추문으로 지난해 10월 앤드루 전 왕자가 지위를 박탈당한 데 이어 그의 전처인 세라 퍼거슨도 엡스타인에게 돈을 빌리려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영국 왕실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노르웨이의 메테마리트 왕세자비도 엡스타인 파일에 최소 1천번 이상 거명돼 잡음에 시달리고 있으며, 벨기에의 로랑 왕자도 엡스타인과의 친분으로 구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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