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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軍지도·유엔사 기준 MDL 다르면 더 남쪽 채택 대응"(종합)

연합뉴스입력
"유엔사 기준과 불일치하는 지점이 60%…내년 유엔사와 협의" "북한군, 올해 17회 MDL 침범해 우리 군 25회 경고사격 실시"
합참, 최근 북한군 동향 공개[합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합동참모본부가 우리 군의 군사지도상 군사분계선(MDL)과 유엔군사령부의 MDL 기준선이 다르면 둘 중에 더 남쪽의 선을 기준으로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응하라는 지침을 전방 부대에 전파했다.

우리 군은 또 내년 중 유엔사와 서로 기준선이 다른 부분에 대해 협의하기로 했다.

합참은 22일 입장을 내고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행위 발생 시 현장 부대의 단호한 대응과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지난해부터 현장의 '식별된 MDL 표지판'을 최우선 적용하되, MDL 표지판이 식별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군사지도상 MDL과 유엔사 MDL 표지판 좌표의 연결선을 종합 판단해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우리 군사지도상으로는 MDL을 침범했는데, 유엔사 기준선으로는 넘지 않았을 경우 유엔사 기준선을 고려해 작전적 조치를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유엔사 기준선을 넘었지만, 우리 군의 군사지도상 MDL을 넘지 않았으면 군사지도상 MDL을 고려해 조치하라는 뜻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MDL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로 설정된 휴전선이다. 그러나 당시 설치한 1천292개 표지판 중 상당수가 유실돼 200여 개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군은 해당 표지판과 유엔사 지도를 기준으로 군사지도에 MDL을 표기했고, 유엔사도 유엔사대로 1953년에 표시한 지도와 현장에 있는 말뚝을 고려해 기준선을 잡으면서 지역에 따라 많게는 수십m씩 차이가 발생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우리 군사지도는 2004년 미국 국가정보지리국(NGA)에서 실제 지형에 맞게 만든 걸 적용해 2011년에 한 번 업데이트한 것이고, 유엔사에서 만든 것은 2014~2015년에 작업해 2016년에 업데이트한 것인데 그 사이 과학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는 일치하는 지점보다 불일치하는 지점이 더 많아져 불일치 지점이 60%가량 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러한 불일치 지점들과 관련해 내년 중 유엔사와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기준선 불일치 문제가 대두한 배경으로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을 꼽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12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언급한 후 북한군은 지난해 4월부터 MDL 근접지역에서 불모지 및 전술도로 구축, 철조망 및 지뢰 장애 설치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이에 따라 전술도로 철책은 지난해 대비 10km 증가한 50~60km가 됐고, 지뢰지대 일부를 구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참 관계자는 설명했다.

작업 과정에서 북한군은 올해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총 17회 MDL을 침범했고, 우리는 교전 수칙에 따라 경고사격을 25회 실시해 모두 이북으로 퇴거조치했다. 북한군의 MDL 침범 징후가 있을 때도 실시하는 경고방송은 지난해와 올해 2천400여회나 실시했다.

군은 또 이번에 알려진 MDL 침범 관련 새 지침은 이미 지난해 6월 마련돼 시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변경 지침을 하달해 전방에서 적용해왔고, 올해 9월 작전 관련 지침서에 공식 반영했다"며 "이 조치는 북한군이 주간에 노출된 환경에서 MDL 근접활동을 하는 지역에 한정하며 소극적 대응을 위해 작전 절차를 변경하거나 북한군에 유리하게 MDL을 적용한 게 아님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했다.

군 당국은 정부의 대북 대화 기조에 맞춰 지난달 북한에 MDL 기준선 설정을 위한 논의를 고리로 군사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 측과 북한이 인식하는 MDL에 차이가 있다고 보고 이를 다루는 대화를 제안한 것인데 북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합참 측은 북한군이 MDL 이남 지역으로 넘어와 지뢰매설 작업을 한 동향이 포착됐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육안으로 관측되거나 전방에서 감시 가능한 지역에서는 그런 게 없고 다만 감시 사각지역에서 일부 MDL 일대 지뢰 매설한 지역을 다른 감시정찰(ISR) 자산으로 확인했는데 그걸로 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사와 현장을 공동으로 확인한 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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