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건희 징역 15년 구형 "국가시스템 붕괴"…내달 28일 선고(종합)

(서울=연합뉴스) 김빛나 이승연 이도흔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기일은 오는 1월 28일로 잡혔다.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이같이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세부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와 통일교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에 대해서는 징역 11년과 벌금 20억원, 추징금 8억1천144만원을,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본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선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3천72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김형근 특검보는 "대한민국 헌법 질서 내에서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고 누구도 법밖에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피고인만은 그동안 대한민국 법 밖에 존재해왔고 대한민국 법 위에 서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십수 년 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 이후 모든 공범이 법대 앞에 섰으나 피고인만은 예외였고 최근 모든 국민이 무참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고 했다.
김 특검보는 또 통일교와의 유착 혐의를 언급하며 "종교단체와 결탁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무너뜨렸으며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 공정성,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국가통치시스템을 붕괴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고인이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공직사회의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 점,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점, 죄질이 불량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여사는 최후진술에서 "저도 너무 억울한 점이 많지만 제 역할과 제가 가진 어떤 자격에 비해서 너무 제가 잘못한 점이 많은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특검이 말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좀 다툴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도 "일단 저로 인해서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 점을 진심으로 죄송하다.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김 여사 측 최지우 변호사는 법정을 나서며 "구형량만 보더라도 특검이 얼마나 정치적 목적을 갖고 수사한 건지 알 수 있다"며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수사 관련해서 김 여사가 사법 시스템을 붕괴시켰다고 하는데 그 말은 (앞선 수사팀) 검사들이 봐주기 수사를 했단 말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이어 "특검의 발언은 대한민국 검찰 전체를 모독하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여사에 대한 구형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년이 된 날 이뤄졌다. 김 여사는 민중기 특검팀 출범의 계기가 된 당사자로 모든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를 고려한 듯 민 특검이 직접 법정에 나와 주목받았다.
김 여사는 이날 검은색 코트에 흰색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공판 시작 전 30초간 법정 촬영을 허가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마스크를 거꾸로 쓴 장면이 포착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애초 김 여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포 이모씨가 이날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고 특검팀은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이어 특검팀의 피고인신문도 김 여사의 답변 거부로 3분 만에 종료됐다. 특검팀은 앞서 피고인신문에 대한 재판 중계 신청을 했으나 재판부는 김 여사가 일체 답변을 거부함에 따라 중계의 실익이 없다고 보고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김 여사는 재판부의 질의에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8일 오후 2시 10분 김 여사에 대한 1심 선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2012년 1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1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29일 구속기소 됐다.
2021년 6월∼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명태균씨로부터 2억7천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 결과를 제공받은 혐의,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교단 지원 청탁과 함께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등 합계 8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김 여사에 대한 선고기일은 내년 1월 28일 오후 2시 10분으로 잡혔다.
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