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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前 尹 계엄선포 자리에 선 李대통령…"빛의 혁명 시작된 날"

연합뉴스입력
용산 브리핑룸서 '특별성명'…"저들은 불의, 대한국민이 정의" 외신 대상 첫 기자회견 열고 'K-민주주의' 소개…"민주주의 모범"
이재명 대통령, 대국민 특별성명(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3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은 3일 대국민 특별 성명을 발표하고 헌정질서 회복을 이끈 국민을 향해 감사를 표했다.

정확히 1년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을 때와 같은 장소에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비서실장·안보실장·정책실장을 대동한 채 서울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 연단 위에 섰다.

먹색 정장에 줄무늬 넥타이 차림을 한 이 대통령은 안경을 한 차례 올려 쓴 뒤 차분한 표정으로 '빛의 혁명 1주년, 대통령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의 뒤쪽으로는 짙은 남색 커튼과 태극기·봉황기가 자리했다. 1년 전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밤 10시 25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도 같은 배경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 국회 담을 넘고 들어가 계엄 해제 의결을 주도했고 이후 열린 대선에서 승리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반대로 윤 전 대통령은 불법 계엄을 시도한 과오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며 몰락했다.

12ㆍ3 비상계엄 1주년, 국회 앞에서 재생되는 비상계엄 선포 영상(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2ㆍ3 비상계엄 1주년인 3일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신자유연대 주최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 촉구 집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2025.12.3 yatoya@yna.co.kr

이 대통령은 이날 약 2천600자 분량의 특별성명에서 격변의 시발점이 된 지난해 12월 3일을 "빛의 혁명이 시작된 날"로 명명했다.

이어 '빛의 혁명'이라는 문구를 총 7번 사용하며 단호한 어조로 내란 청산과 개혁 완수를 약속했다.

국민을 향해서는 "암흑시대로 돌아갈 뻔했던 대한민국에 다시 빛을 되찾아 주셨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대한국민'이라는 표현도 8차례 나왔다. 이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으로 시작하는 헌법 전문에 등장하는 단어로,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할 때 사용돼 유명해졌다.

이 대통령은 계엄 당시 국회 앞을 지키고 지난 겨울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호명하며 "저들은 크게 불의했지만 우리 국민은 더없이 정의로웠다"고 경의를 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담화'가 아닌 '성명'이라는 명칭을 붙였는데, 이는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을 선포한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이재명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2025.12.3 superdoo82@yna.co.kr

이 대통령은 성명 발표 뒤 30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대통령실은 당초 2∼3개 질문만 받을 예정이었으나 이 대통령이 "더 하시라"고 즉석에서 허용해 총 10개의 질문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장외집회에 참석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역사적 순간에 참여하고 싶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용히 참석해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호 문제 때문에 (참모들이) 안 된다고 말려서 몰래 갈 생각"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기자회견(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이후에는 청와대 영빈관으로 이동해 80분간 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통령이 외신만을 상대로 정식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군사독재 등 현대사의 곡절마다 외신이 한국 내부의 상황을 기록하고 알리는 역할을 한 것에 대한 이 대통령의 사의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외신 기자회견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집단지성에 의한 평화적이고 아름다운 직접성"을 지녔다며 "아테네는 먼 이상 속에 있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지금 당장 있는 현실적 모범"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질문받는 이재명 대통령(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초청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 신청을 받고 있다. 2025.12.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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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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