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보완책 마련" 공언에도…'1인1표제' 속도조절론 분출(종합)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오규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당원주권 확대를 명분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1인1표제'를 놓고 마련된 민주당 토론회에서 제도 보완과 속도조절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의 가치를 똑같이 한다는 1인1표제 취지엔 공감하지만 영남 등 당세가 약한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해줄 보완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거나 숙의를 더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왔다.

토론회에는 조승래 사무총장과 박지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영배·김우영·윤종군 의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임오경·강득구·문정복·박지혜 등 현역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조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1인1표제 도입 필요성과 함께 당세 취약 지역 등을 위한 제도 보완 방안을 소개했다.

그는 "1인1표제와 관련해 전국정당을 위한 보완책, 대의원·당무위원 등 핵심 당원들의 역할 강화 등을 순차로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며 "열세 지역의 현실을 고려해 지구당 부활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주권 확대라는 큰 방향으로 더 전진하되, 미비한 점은 보완을 함께 강구해나가자"고 강조했다.

토론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1인1표제에 대한 우려 의견이 적지 않게 나왔다.

도입 취지엔 찬성하지만, 영남 등 취약 지역의 대표성 축소, 속도전으로 흐르는 추진 상황 등을 주로 문제 삼았다. 특히 지도부가 제안하는 '선(先)도입 후(後)보완'보다 '선보완 후도입'에 무게를 둔 주장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김영배 의원은 "의사결정 정족수 조항, 지역 균형 보정 계수 도입, 지구당 부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당세가 취약한 곳의 의사결정 권한이나 참여도를 제한하는 것이 (1인1표제의)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종군 의원도 "1인1표제를 현재 안대로 처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영남 등 전략 지역의 가중치를 포함한 추가 보완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또 중앙위가 열리는 오는 5일까지 당내 반대·우려 의견까지 포함한 수정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만약 수정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1인1표제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 논의는 추후로 미뤄야 한다는 게 윤 의원 주장이다.

토론회 참석자 중에는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 '정청래 사퇴하라' 등 격한 반응을 보인 당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한 당원은 "지난 8월 전대에서 전국대의원 53.09%가 (당헌·당규) 개정 반대 성향의 후보를 지지했다"며 "(당 지도부가) 1인1표제를 하려면 내년 8월 전당대회 이후에 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당원은 지도부를 향해 "이재명 대통령을 방해하려고 내란 종식도 안 하고 대통령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을 우리가 모를 것 같으냐"는 날 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민주당은 5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1인1표제를 도입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최종적인 의결을 시도한다.

이와 관련해 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전날 만찬 회동을 통해 중앙위 의결을 연기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내 상황에 대해 초선의원들이 (공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1인1표제 도입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지나치게 급속히 추진하는 데 대한 우려를 당 지도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초선 사이에선 더민초의 의견 수렴 결과 보고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가 받지 않으려고 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당에선 다양한 경로로 당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초선의원 간담회 결과가 사전 최고위에 보고돼야 한다는 규정이나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논의 내용을 당 지도부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건태 의원은 당헌·당규에 당 대표 또는 최고위원이 연임에 도전할 경우 일정한 시한 내에 사퇴하도록 하고 그 시한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헌·당규는 대부분 당직자에게 상위직 또는 동일직에 도전할 때 명확한 사퇴시한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 대표·최고위원은 동일직 도전 시 사퇴 시점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 주장은 1인1표제 도입이 정 대표의 이른바 '연임용 포석'이 아니냐는 당내 비판을 고려한 제안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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