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1년' 尹 등 내란 가담자 줄줄이 재판에…계엄 동기는 미제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전재훈 기자 =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해온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계엄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에 가담하거나 동조한 혐의를 받는 이들을 다수 재판에 넘기면서 '사건의 진상 규명'이라는 특검법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그 출발점인 계엄 선포 동기는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다. 또 아파치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등 외환 관련 의혹도 일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월 18일 수사를 시작한 특검팀은 세 차례 수사 기한을 연장한 끝에 오는 14일 수사를 종료한다.

지난 6월 특검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구속된 비상계엄 사건의 공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 기간을 연장하면서 수사의 첫발을 뗐다.
이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구속됐다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윤 전 대통령을 지난 7월 직권남용 등 혐의로 다시 구속하며 '몸통'의 신병까지 확보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을 검토하고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두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끝에 불구속기소 했다.
내란 행위를 막거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도 구속기소 됐다.

특검팀은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팀은 오는 2일로 예정된 추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 필요성을 소명할 계획이다.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고자 북한을 도발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외환 의혹과 관련해서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일반이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냈다.
전직 대통령이 외환죄 관련 죄명으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이자 일반이적 행위의 주동자로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 특수본에서 수사가 시작된 내란 사건과 달리 외환 의혹은 특검팀이 수사를 개시해 마무리 지은 사건이다.

다만, 5개월이 넘는 강도 높은 수사에도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의혹이 여럿 남아있다.
우선 계엄에 이르게 된 동기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줄곧 '야당의 폭거에 대응하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주장해왔지만,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계엄 준비에 나선 정황을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여러 차례 내뱉은 '비상대권'이라는 단어는 이미 취임 6개월 뒤부터 등장한다.
윤 전 대통령의 일반이적 혐의 공소장을 보면 그는 2022년 11월 25일에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나에게는 비상대권이 있다. 내가 총살당하는 한이 있어도 싹 쓸어버리겠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명태균 게이트' 등으로 정권이 흔들리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품가방 수수 등에 연루된 김 여사의 사법 리스크마저 본격화하자 아예 '친위 쿠데타'를 통한 장기 집권을 시도하고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게 아닌지 의심한다.
최근 불거진 김 여사의 '셀프 수사 무마 의혹' 수사도 그 연장선에 있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모의가 본격화하던 작년 5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이 텔레그램 등으로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할 전담팀을 구성할 것을 지시하고 그 여파로 법무부가 중앙지검장과 1∼4차장검사, 대검 참모진을 대거 물갈이하는 인사를 단행한 즈음이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지난해 10월 17일 당일에도 박 전 장관과 윤 전 대통령 간 텔레그램 메시지 송수신과 통화는 이어졌다.
특검팀은 이를 토대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을 사실상 '정치적 운명 공동체'로 보고 수사를 이어오고 있으나 아직은 사실관계 규명이 설익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김 여사가 계엄 선포 전후 과정에 개입했는지 밝혀내는 것도 남은 과제 가운데 하나다.
이 밖에도 외환 의혹과 관련해 주요 정치인과 진보 성향 인사 명단, '수거 대상 처리 방안' 등이 적힌 '노상원 수첩'과 군사적 긴장 상태를 만들기 위해 아파치 헬기를 출동시켜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위협 비행했다는 의혹, 작년 11월 정보사 요원이 주몽골 북한대사관과 접촉하기 위해 공작을 벌이다 몽골 정보기관에 붙잡힌 사건 등도 의문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남겨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외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연결돼 있어 전체적인 조망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의 수사 기한은 오는 14일이다. 특검팀은 남은 기간 풀리지 않은 의혹 규명 작업에 최대한 속도를 내되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에 넘겨 수사를 이어가도록 할 방침이다.
ke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