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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누나 사랑해"…10살 어려도 상관없다

연합뉴스입력
5살차 '연상연하' 배우 신민아-김우빈 12월 결혼 작년 초혼 신혼부부 중 아내가 연상인 경우 19.9% 대중문화도 '연상연하 로맨스' 조명 잇달아 "성 역할 인식 변화…가부장제 약화 흐름"
배우 김우빈·신민아(오른쪽)[지오다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커플 보고 잘 어울린다 말 안 하는데 두 사람(신민아·김우빈)은 진짜 잘 어울리네요."(유튜브 이용자 '치즈***')

"난 이들의 결혼보다 신민아가 나이가 여섯 살이 많은 게 더 놀라워."('san***')

최근 배우 신민아(41)와 김우빈(36)이 결혼 소식을 알리자 이런 축하와 응원 댓글이 쏟아진 가운데 신민아가 '5살 누나'라는 사실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신민아가 연상인지도 몰랐다거나, 알았어도 나이 차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반응과 함께 그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둘의 자연스러운 '케미'(화학작용)가 화제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연상녀-연하남(연상연하) 커플은 특별하거나 드문 조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와 함께 연상연하 커플의 '특이성'은 작아지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호기심 대신 '멋지고 쿨하다'는 반응이 묻어나고 있다.

배우 한지민(왼쪽)·잔나비 최정훈[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되게 용기를 내야" → '10살 연하남'과 결혼도

1997년 가수 유승준이 발표한 '사랑해 누나'는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나보다 더 나이가 훨씬 많아 아니 쬐끔 (중략) 어리다고 나를 놀리는 너의 친구들이 싫지만 걱정하듯 나를 비웃는 내 친구 두려웠지만 (중략) 영원히 사랑해 누나"라는 가사의 노래는 '국민 누나송'이라는 애칭과 함께 큰 인기를 얻었다.

그로부터 7년 후인 2004년 가수 이승기가 '내 여자라니까'로 데뷔할 때까지도 여전히 연하남은 도발적인 이미지였다.

그러나 "나를 동생으로만 그냥 그 정도로만 귀엽다고 하지만 누난 내게 여자야 니가 뭘 알겠냐고 크면 알게 된다고 까분다고 하지만 누난 내게 여자야"라고 당차게 고백하는 이 노래로 이승기는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조현아의 평범한 목요일 밤'에 출연한 이승기는 '내 여자라니까' 발매 당시를 떠올리며 "누나를 만난다는 게 되게 용기를 내야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1~2살 나이 차 연상연하 커플은 흔해졌고, 10살 차도 부부가 될 정도가 됐다.

연예계에도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이어진다.

2017년 가수 바다(45)와 10살 연하 사업가가, 배우 김태희(45)와 가수 비(43)가 결혼했다.

2018년에는 배우 민효린(39)과 빅뱅의 태양(37)이 화촉을 밝혔다.

가수 케빈오·배우 공효진(왼쪽)[인스타그램 'kevinoh_' 게시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또 2022년에는 배우 공효진(45)과 10살 연하 싱어송라이터 케빈오(35), 가수 한영(47)과 8살 연하 트로트 가수 박군(39), '피겨 여왕' 김연아(35)와 5살 연하 가수 고우림(30) 등이 결혼에 골인했다.

10살도 우스울 정도다. 가수 미나(53)·류필립(36)은 무려 17살 차이를 넘어서 2018년 부부가 됐다.

지난해엔 배우 한지민(43)과 그룹사운드 잔나비의 최정훈(33)이 10살 차이 연상연하 커플 대열에 합류했다.

연상연하 커플이 흔한 외국에서는 나이 차가 아주 많지 않으면 뉴스도 못된다.

할리우드에서는 데미 무어(63)와 애슈턴 커처(47)가 15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2005년 결혼에 골인하며 화제를 모았다. 다만 이들은 2013년 갈라섰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5살 연상인 브리지트 마크롱 부인을 두고 있다.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으로 인연을 맺은 둘은 2007년 결혼했다. 당시 브리지트는 54세, 마크롱은 29세였다.

2007년 데미 무어(왼쪽)-애슈턴 커처 커플[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 드라마·예능서도 '연하남' 트렌드

드라마에서도 연하남 트렌드는 두드러진다.

지난해 tvN 드라마 '졸업'에서는 배우 정려원(44)이 10살 연하 후배 위하준(34)과 멜로 호흡을 맞췄다. 6살 차이가 나는 학원 강사와 고등학생 제자가 시간이 흘러 연인이 되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그에 앞서 2018년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연하남 신드롬'의 시작을 알렸다. 극중 배우 손예진(43)이 연기한 윤진아는 35세, 정해인이 연기한 서준희는 31살로 4살 차이다. 서준희가 친누나의 오랜 친구인 윤진아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면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다.

또 JTBC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2022)에서는 박민영(39)과 송강(31), tvN 드라마 '남자친구'(2018)에서는 송혜교(44)와 박보검(32)이 각각 사내에서 벌어지는 연상연하 서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예능도 '연상연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19일 방영을 시작한 ENA·SBS플러스 '나는 솔로' 29기는 '연상연하 특집'으로 꾸며졌고, 지난달 27일부터 방영 중인 KBS 2TV 연애 리얼리티 '누난 내게 여자야' 역시 연상녀·연하남 조합을 다룬다.

'누난 내게 여자야'의 박진우 PD는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결혼까지 이어지는 연상연하 커플들이 많아지고 있어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사랑의 형태라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라마 '졸업' 및 '남자친구' 장면[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성 고정관념 변화 보여 주는 흐름"

지난 3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작년 초혼인 신혼부부 가운데 아내가 연상인 경우가 19.9%에 달했다.

이는 199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비율로, 전년 대비 22.7% 증가한 수치다.

성형·피부 등 과학기술의 발달로 자기관리를 잘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나이 차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학원생 오요셉(24) 씨는 28일 "주변 연상연하 커플을 보면 나이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며 "여성이 연상이라 해도 외모만 보면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 이용자 '생*'도 "관리나 시술이 너무 발달해서 외모만 보고서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다"고 썼다.

여성의 경제력이 과거보다 크게 상승하면서 연애·결혼에서 남녀 중 누가 경제적으로 우위여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도 옅어지고 있다.

배우 한예슬(44)은 2021년 자신이 10살 연하 남자친구에게 외제차를 선물했다는 소문이 돌자 SNS 댓글을 통해 "제 차이긴 한데 남친 줘도 상관없어요"라고 당차게 반응했다. 한예슬은 지난해 그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했다고 알렸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성 역할 변화와 연결 지어 설명한다.

최우영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갖는 성에 대한 인지나 고정관념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회적 흐름"이라고 짚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가부장제가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현상 중 하나"라며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4~5세 길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는 부부 사망 시기가 비슷해지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김태희 부부 화보 [하퍼스바자 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처=연합뉴스]

haem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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