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해에 뜬 삼중 '신의 방패'…기동함대사 첫 함대급 기동훈련

(동해상=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대한민국 해군 창설 80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 포항 동쪽 70여㎞ 공해상.
정조대왕함(DDG, 8천200t급)과 율곡이이함·서애류성룡함(DDG, 7천600t급) 등 해군을 대표하는 최정예 이지스구축함 3척이 웅장한 선체를 뽐내며 동해에 일렬로 섰다.
최대 탐지거리가 1천㎞ 거리에 달하는 이지스함은 적 미사일 공격을 탐지·추적·요격할 수 있는 해상 핵심 전력으로 '신의 방패'로 불린다. 우리 해군 이지스구축함 3척이 동시 기동훈련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축함 왕건함·강감찬함(DDH-Ⅱ, 4천400t급), 군수지원함 천지함·대청함(AOE-Ⅰ, 4천200t급) 등 함정들이 이지스구축함 뒤를 따랐다.
이들 함정 7척은 모두 해군 기동함대사령부 소속으로, 기동함대사 창설 후 첫 함대급 해상기동훈련에 참가한 전력들이다.
훈련에선 서애류성룡함이 지휘함을 맡아 선두에 섰다. 기동함대사령관도 서애류성룡함에 직접 올라 함대를 진두지휘했다.
종렬진을 이뤄 10노트(시속 18.52㎞) 속력으로 물살을 가르던 함정들은 진영 전환 지시가 떨어지자 서애류성룡함을 가운데 두고 순식간에 좌우로 갈라졌다.
서애류성룡함을 선두로 왼쪽엔 정조대왕함과 왕건함이, 오른쪽엔 율곡이이함, 강감찬함이 차례로 섰고, 대형 가운데엔 군수지원함 대청함·천지함이 자리했다.
대공방어 작전을 위한 '복합진'으로, 적 항공기·미사일 요격 능력이 있는 이지스함과 구축함을 좌우 외곽에 배치해 중앙에 있는 고가치 표적을 보호하도록 하는 전술기동이다.
함정들은 서로 300야드(약 274m)까지 근접 기동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진영을 바꾸면서 기동함대 특유의 기동성을 뽐냈다.

특히 이날 훈련에서 가장 눈에 띈 함정은 단연 해군 최신예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작년 11월 해군에 인도된 정조대왕함은 길이 170m, 높이 48m, 폭 21m로, 우리나라 해군이 보유한 전투함 중에 가장 크다. 이날도 여러 구축함 사이에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른 함정들이 태극기를 달고 있는 것과 달리 정조대왕함은 대형 해군기를 달고 있었다. 해군 창설 80주년을 기념해 정조대왕함이 해군을 대표해 해군기를 달았다고 해군 측은 설명했다.
정조대왕함이 다른 함정들과 함께 기동훈련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조대왕함은 내달 중 전력화될 예정인데, 전력화가 이뤄지면 기동함대사에 배속돼 정식으로 작전에 투입된다.
해군은 이날 이지스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 전투통제실에서 다수의 적 항공기와 유도탄 공격 상황을 가정해 이를 탐지·추적하고 SM-2 함대공 미사일로 격추하는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적 항공기들이 우리 측 경고 방송을 무시하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공격을 개시하자, 서애류성룡함은 레이더로 탐지한 적 항공기들을 표적으로 SM-2 미사일을 발사해 격추했다.
직후 적 미사일이 추가로 탐지되자 SM-2 미사일, 단거리함대공 방어유도탄(RAM), 최후 근접방어무기체계 '골키퍼' 등 거리별 요격체계를 가동해 결국 SM-2 미사일로 원거리 요격에 성공했다.
이날 기동함대 소속 구축함들은 해상에서 일제 함포사격을 하며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서애류성룡함과 율곡이이함, 왕건함, 강감찬함 등 4척은 일렬로 기동하다가 함포를 일제히 우현으로 돌렸다.
표적은 5마일(약 8㎞) 떨어진 바다 위 대형 풍선.
사령관의 발사 명령과 함께 구축함 4대가 5인치 함포 15발을 동시에 각각 발사하기 시작했고, 선체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포연이 바다 위를 뒤덮었다.
함포가 발사되는 내내 표적 주변 해상에선 거대한 물기둥이 치솟았고, 사격 종료를 알리는 경적이 울리고 나서야 바다는 비로소 잠잠해졌다.

기동함대사는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주야간 구분 없이 남해와 동해에서 첫 함대급 해상기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창설된 기동함대사는 최신 함정이 집중 배치된 명실상부 최정예 함대다. 동·서·남해를 관할하는 기존 1·2·3함대와 달리 임무에 따라 동·서·남해, 원해까지 어디에든 투입되는 기동성이 특징이다.
훈련 참가 전력들은 남해와 동해를 이동하며 대함전·대잠전·방공전 등 복합 상황 대응훈련을 실시했고,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을 통해 '해상기반 한국형 3축 체계' 핵심부대로서 작전수행 능력을 강화했다.
기동군수지원작전 훈련도 병행해 함대급 해군 전력이 원해 등 임무 해역에서도 언제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번 훈련에는 기동함대사령관과 함대 참모진까지 모두 해상으로 출동했다. 통상 사령관이 육상지휘소에서 훈련을 지휘하는 1·2·3함대와는 차별적인 부분이다.
김인호 기동함대사령관(소장)은 "첫 함대급 해상기동훈련을 통해 언제 어디에서나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기동함대의 작전수행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유사시 압도적 전력으로 전승을 보장하기 위한 실전적 훈련을 반복해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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