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前알카에다' 시리아정상과 조용한 회담…제재유예 선물(종합)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홍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오전 11시 37분 백악관에 도착해 두 시간 가까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백악관 도착뿐 아니라 회담까지 모두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알샤라 대통령은 외국 정상의 방문 때 있는 흔한 화려한 환영 없이 백악관에 도착했다"며 "그는 카메라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웨스트윙의 정문이 아닌 기자들의 시야를 벗어난 측면 출입구를 통해 들어왔다"고 전했다.
1946년 시리아 건국 후 시리아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백악관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알샤라 대통령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 소속으로 수년간 이라크의 미군 교도소에 수감됐던 인물이다.
알샤라 대통령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알카에다 연계 조직 '누스라 전선'을 창설했지만,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했다.
그는 이후 시리아 북부의 4개 반군 조직을 통합해 이슬람 무장단체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결성했으며, 지난해 12월 시리아를 오랫동안 철권 통치해온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이력을 지닌 알샤라 대통령이 미국의 수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좌한 것은 수십년간 국제 제재 속에 고립돼온 시리아가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 협력 및 개방을 시작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외국 정상과의 백악관 회담때 길게는 1시간 가량 언론에 공개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담을 비공개리에 진행한 것은 알샤라 대통령의 알카에다 관련 이력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일 수 있어 보인다.
현재 미국에 협력적 태도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2001년 9·11 동시다발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의 연결고리가 있었던 알샤라 대통령을 트럼프 대통령이 환대하는 모습이 공개될 경우 국민들의 위화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오랜 내전과 국제 제재로 황폐해진 시리아의 재건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이날 '시저 시리아 민간인 보호법'(Caesar Act·시저법)에 따른 제재 부과를 18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무부·국무부·상무부 합동 발표 자료에서 "시저법의 일부 제재 집행을 정지함으로써 시리아에 대한 지속적인 제재 완화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2019년 발효된 시저법은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고문을 폭로한 군 사진가의 코드명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시리아 정부, 군대, 금융기관 등과 거래한 제3국 기업·개인에 대해 미국이 2차 제재를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건설, 에너지, 금융, 항공 등 분야의 거래를 사실상 차단하는 방식으로 시리아 정권을 고립시켰는데, 이 법에 따른 제재 부과를 한시적으로 정지해 재건 사업을 돕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도 "이 정지 조치는 러시아 및 이란 정부가 관련된 특정 거래, 또는 러시아·이란산 물품, 기술, 소프트웨어, 자금, 금융, 서비스 이전은 제외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함께 알샤라 대통령을 만났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시리아 내 특정 개인의 재산을 동결하고 특정 물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2004년 행정명령을 지난 6월 30일 폐지하고, 7월 8일, 알샤라 대통령이 결성한 HTS의 외국 테러단체 지정을 철회하는 등 경제적·외교적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왔다.
연방정부는 다만, 알아사드와 그의 측근들, 인권 침해자들, 마약 밀매업자들, 그리고 지역 불안을 조성하는 등 "가장 악질적인 자들"에 대한 제재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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