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관저이전 의혹' 尹부부 자택 압수수색…'윗선 외압' 수사(종합)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규명하고자 강제 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6일 오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자택이 있는 아크로비스타와 인테리어업체 21그램 사무실 등 관련자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7곳을 압수수색 중이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아크로비스타 지하상가에 있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도 포함됐다.
영장에는 관저 이전 공사와 관련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지난 8월 13일에도 21그램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에는 21그램 등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신분범이다.
이에 따라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석 달간의 수사를 통해 관계 공무원의 구체적인 위법 행위 단서를 포착했고 그 물증을 확보하고자 집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당시 공사 관련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특정 업체를 선정하도록 대통령실을 비롯한 '윗선'의 압력을 받은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압수수색영장에 김 여사는 참고인 신분으로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이래 그의 거주지가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파면 결정 직후 서울남부지검이, 지난 7월 11일엔 순직해병 특검팀이, 같은달 25일엔 김건희 특검팀이 각각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거듭된 압수수색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미 여러 차례 압수수색과 자료 확보가 이뤄진 상황에서 수사의 비례성과 적정성을 준수하고 있는지 깊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보석 심문을 앞둔 시점에서 다시 별건의 증거인멸 우려를 명분으로 삼는 것이라면 재판 절차에 대한 부당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여사 측은 어지럼증과 불안 증세 등이 악화해 치료가 필요하다며 지난 3일 법원에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붙인 석방)을 청구했고 오는 12일 심문이 예정돼 있다.

관련 사안에 대해 부실 감사 의혹이 제기된 감사원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21그램이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및 증축 공사를 수의로 계약해 특혜를 받았다는 게 뼈대다.
21그램은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를 후원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설계·시공을 맡은 업체로, 김 여사의 영향력 아래 관저 공사를 따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태영 21그램 대표는 김 여사와 친분이 깊은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의 아내 조모씨는 2022년 7월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한 샤넬 가방을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려 김 여사 최측근인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함께 샤넬 매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참여연대는 2022년 10월 대통령실 이전으로 재정이 낭비됐고 정부 관계자들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고 주장하며 감사원에 감사 청구한 바 있다.
감사원은 작년 9월 관저 공사를 사실상 총괄한 업체인 21그램이 계약도 하기 전 공사에 착수했고, 15개 무자격 업체에 하도급 공사를 맡겨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했다는 등의 지적 사항을 발표했다.
다만 21그램이 관저 공사 업체로 선정된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부실 감사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 관저 이전 실무를 총괄한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은 감사원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경호처 등을 통해 업체들을 추천받은 후 추렸다"면서도 "21그램을 정확히 누가 추천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감사원이 21그램의 공사 수주 경위에 대해 '봐주기' 감사를 한 게 아닌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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