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베이글' 줄 선 관광객 "과로사 논란 들어"…발길 돌리기도(종합)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30일 오후 직원 과로사 논란의 중심에 선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종로구 안국동 본점에는 스무명가량의 20·30대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기자의 등장에 경계심 섞인 시선을 보냈다. 그러다 "손님 인터뷰를 할 거면 매장 앞에서 하지 말아달라. 다 드시고 나가는 손님만 인터뷰하라"며 취재를 제지했다.
매장 내 식사를 하려면 최대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에도, 가게 밖에는 약 30명이 줄을 선 상태였다. 중국, 대만, 일본,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등 대부분 해외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일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뉴스를 통해 접했다고 했다. 중국 유학생 왕덕용(28)씨는 "유명해서 한 번쯤 와보고 싶었다"면서도 "과로사 사건을 봤다. 직원을 많이 뽑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온 류정함(23)씨도 "하루에 10시간 넘게 매일 일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회계사로 일한다는 애슈턴 링(27)씨도 "본인 의지로 더 많이 일한 게 아니라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인 고객도 눈에 띄었다. 친구와 입장 순서를 기다리던 권아영(27)씨는 이번 논란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고 발길을 돌렸다.
권씨는 "남 일 같지 않은 사건이다. 5명이 안 되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했는데, 새벽에 나가 정시에 퇴근한 게 손에 꼽을 정도였다"며 "이런 유명한 곳은 사람도 금방 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런 일이 있었을까 싶다"고 했다.
가게엔 지난 대선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했던 권영국 정의당 대표 등이 찾아와 사측을 규탄하는 회견도 열었다. 이들은 "고인이 끼니까지 거르며 일한 것을 사측은 고인의 선택이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며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yulri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