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도 'AI'가 대세... 2025년 상반기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2025년 상반기(1~6월), 글로벌 게임 산업은 기술 혁신과 제작 생태계 변화, 플랫폼 경쟁의 심화 속에서 전례 없는 지형 변화를 겪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의 상용화와 소규모 개발 스튜디오의 약진, 콘솔 하드웨어 세대 전환 등은 산업 전반의 구조와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이 기사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2025년 1월 ~ 6월호를 참고하여 산업 동향의 주요 흐름을 종합 정리하고, 온라인 문헌을 통해 추가적인 사실을 검토했다.
◇ 생성형 AI, 게임 개발의 ‘도구’를 넘어 ‘파트너’로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더 이상 게임 개발에서 단순 보조 도구가 아니다. 2025년에는 다양한 플랫폼과 게임사들이 AI를 능동적 파트너로 협업하며, 'AI-Native' 개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크래프톤 산하 '렐루게임즈'의 개발 사례다. 세 명의 개발자가 생성형 AI를 활용해 짧은 시간 내에 시제품을 완성했고, 이는 AI의 제작 효율성과 접근성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로 회자되었다. NVIDIA의 ‘아바타 클라우드 엔진(ACE)’이나 유니티의 ‘뮤즈(Muse)’는 NPC의 상호작용이나 애니메이션 구현을 자연어 기반으로 처리하며 개발 워크플로우를 단순화하고 있다.
2025년 초 출시된 ‘Exists.ai’는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3D 게임 제작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용자도 게임을 직접 개발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 대규모 팀 중심의 게임 제작 방식에 균열을 일으키며, 개발 생태계를 다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확산은 저작권, 데이터 편향성, 일자리 대체 등 윤리적 문제와도 직면하고 있다. 넥슨의 ‘더 파이널스(The Finals)’는 AI 음성 합성 기술을 도입하면서 성우 업계와 갈등을 겪었으며, EU는 AI법(AI Act)을 제정해 게임 콘텐츠가 아동 정서나 중독 유발 요소와 관련될 경우 고위험으로 분류하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 소규모 개발사의 대약진, ‘컴팩트 스튜디오’ 모델의 부상
2025년 상반기, 소규모 개발사들이 대형 타이틀 못지않은 성과를 내며 새로운 제작 생태계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작은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Clair Obscur: Expedition 33)’다. 이 작품은 30여 명 규모의 팀이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후 한 달 만에 300만 장 이상 판매되었고, 메타크리틱 92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당 게임은 언리얼 엔진 5의 기술력과 엔진의 기본 애셋을 적극 활용하고, 핵심 외 영역은 전문 스튜디오에 외주를 맡기는 전략을 통해 높은 효율성과 완성도를 달성했다. 개발 과정에서는 한국 애니메이터의 참여도 확인되었으며, 퍼블리셔인 케플러 인터랙티브와의 긴밀한 협력은 자금과 유통 측면에서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
이는 과거의 ‘인디 게임’이라는 범주를 넘어서, AAA급 타이틀과 경쟁 가능한 중형 게임 개발 방식의 정착을 의미한다.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Hellblade: Senua’s Sacrifice)’이나 ‘플레이그 테일(Plague Tale)’ 등의 선례와 함께, 컴팩트 스튜디오 모델은 이제 하나의 대안적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콘솔 하드웨어, ‘세대 교체’ 신호탄
2025년 상반기 콘솔 시장은 ‘세 거인’인 '닌텐도(Nintendo)', '소니(Sony)',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삼자 구도 속에서 세대 교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Nintendo Switch)’는 출시 8년 차에 진입하며 하드웨어 수명 한계에 직면했고, 시장 점유율이 2023년 말 69.9%에서 2024년 7월 기준 61.3%로 하락했다. 이에 비해 ‘플레이스테이션5(PlayStation 5)’는 점유율을 25.9%까지 끌어올리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시리즈 X/S의 부진을 일부 만회하기 위해 멀티 플랫폼 전략을 선언했고, 구독형 서비스 확장과 클라우드 게이밍 기반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매출 비중도 커지고 있다. 닌텐도는 2024년 2분기 기준 소프트웨어 매출이 하드웨어를 초과했고, 이는 플레이어들의 콘텐츠 중심 소비 성향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젤다의 전설(The Legend of Zelda)'이나 '파이어 엠블렘(Fire Emblem Engage)' 등 1st 파티 IP는 여전히 탄탄한 팬덤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판매를 기록 중이다.
◇ 산업 구조의 양극화와 새로운 수익 모델 실험
AAA급 대작 중심의 산업은 개발비 리스크와 개발 기간의 장기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반면 소규모 스튜디오는 낮은 예산과 짧은 개발 주기를 무기로 삼아 틈새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이분화 구조 속에서 게임 유통사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비소프트(Ubisoft)'는 시즌패스 유료화와 개인정보 보호 위반 논란(GDPR)으로 연이어 구설수에 올랐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인게임 광고, 구독 모델 등 새로운 수익화를 실험 중이다. '스팀(Steam)'은 2025년 초부터 인게임 광고 규제 강화를 선언했고, 모바일 플랫폼 중심의 광고 수익 모델로의 이전도 본격화되고 있다.
◇ 새로운 기준은 ‘기술 + 전략 + 창의성’
2025년 상반기의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는 1)기술, 2)제작 방식, 3)플랫폼 전략의 삼중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제작 효율을 넘어 창의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으며, 컴팩트 스튜디오는 자원 효율과 문화적 다양성의 해답이 되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이동은 이용자 경험 중심 시장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게임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 자체를 바꾸는 움직임이다. 2025년 이후의 게임산업은 더 이상 거대한 자본만이 주도하지 않을 것이며, 기술을 이해하고 전략을 설계하며 창의성을 품은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