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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나토 영공침범 되풀이…"실수 아니라 푸틴의 간보기"

연합뉴스입력
폴란드행 드론은 '껍데기'…루마니아에선 '50분간 비행' 나토 대응수위 확인…젤렌스키 "러 윗선의 전쟁확대 의도"
폴란드 영공에서 훈련중인 프랑스 공군 라팔기[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러시아 드론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폴란드, 루마니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영공을 거듭 침범한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닌, 계산된 도발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수위를 조금씩 높여가며 나토의 대응을 살펴보는 일종의 '인내심 테스트'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최근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에 대해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지는 않으면서 우리를 시험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최근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이 모두 폭발물을 탑재하지 않은 '껍데기'라고 밝혔다.

앞서 10일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된 드론 415대 가운데 19대가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 당시 폴란드 공군이 F-16 전투기를, 네덜란드가 F-35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등 나토가 공동 대응에 나서 러시아 드론 3대를 격추했다.

이는 회원국의 영공 침범에 나토가 직접 개입한 최초 사례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짚었다.

러시아는 당시 드론이 항법 시스템 이상으로 미리 설정된 항로를 벗어나 의도치 않게 우크라이나를 지나쳤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나토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폭발물을 없애 비교적 위험이 적은 드론으로 수위를 조절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마르친 보사츠키 폴란드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단순 실수' 해명에 대해 "이번 일이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반복해서 말하는데,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루마니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러시아의 해명은 설득력이 더 떨어지고 있다.

이날 루마니아 국방부는 러시아 '게란' 드론이 루마니아 영공을 50분간 궤도 비행다고 발표했다. 게란은 러시아가 이란 샤헤드-136 드론을 들여와 개량한 자폭 드론이다.

루마니아도 F-16 전투기를 급파해 드론을 감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이날 루마니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에 대해 "우연도, 실수도, 하급 군 지휘관이 벌인 일일 수도 없다. 분명히 러시아가 전쟁을 확대하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은 드론의 목적지가 어딘지, 이 드론이 얼마나 공중에서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최후의 결정을 하기도 전에 샤헤드 드론·탄도미사일 수십기가 날아오는 것을 기다리지 말라"면서 자국에 대한 신속한 무기 지원을 촉구했다.

러시아가 값싼 드론으로 회원국의 영공을 사실상 농락함으로써, 러시아에 대한 나토의 방어력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폴란드에서 격추된 드론은 분석 결과 상대 방공망을 교란할 목적으로 띄우는 미끼 드론 '게르베라'로 파악된다. 합판, 스티로폼으로 만든 저가형 드론을 격추하는 데 수백만 달러짜리 무기체계가 대거 동원된 셈이다.

NYT는 "이웃 국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나토 동맹국들이 자국 영공 방어에 너무 자만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썼다.

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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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영공에서 훈련중인 프랑스 공군 라팔기[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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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영공에서 훈련중인 프랑스 공군 라팔기[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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