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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임기범의 AI 혁신 스토리…카톡에 챗GPT? 편리함 이면의 위험
연합뉴스입력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 영문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2월, 카카오와 오픈AI가 전략적 제휴를 공식 발표했다. 그 결과 카카오톡의 '채팅' 탭에 챗GPT 기능이 탑재될 전망이다. 국내 4천910만 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에 글로벌 생성형 AI 챗봇이 들어오는 셈이다. 이달 23일 '이프 카카오' 행사에서 구체적인 UI(사용자환경)와 UX(사용자경험)가 발표된다. 카카오톡 챗탭에서 챗GPT 아이콘을 클릭하면 앱 이탈 없이 곧바로 AI 대화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샵(#) 검색'에서도 챗GPT 답변을 함께 제공하는 기능까지 검토되고 있다. 기존에 브라우저나 별도 앱 실행이 필요했던 불편함을 없애고, 대화 맥락 중에 AI에게 실시간 정보 검색·문서 작성·질의 응답 등을 요청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카카오의 자체 언어모델 '카나나'와 챗GPT를 결합해 고도화된 검색을 구현하겠다는 전략도 준수하다. 이는 단순 통합이 아니라, 카카오 토종 모델과 글로벌 AI의 하이브리드 형태를 통해 한국어 최적화, 생활밀착형 사용성, 개인화 기능까지 모든 축을 동시에 노린다. 챗GPT의 월간 국내 활성 사용자는 2천만 명을 넘어섰으나, 여전히 카카오톡의 절반 수준이다. 시장조사 업체에 따르면, 지난 8월 챗GPT 앱 국내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2천31만 명에 달했고, 1년 새 5배 가까이 성장했다. 향후 챗GPT가 카톡 내에서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할지 주목된다. ◇ 편리함의 이면,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리스크 문제는 데이터다. 카톡과 챗GPT의 결합은 카카오 서버를 넘어 오픈AI의 미국 서버로 우리 대화가 유입되는 구조다. 카카오는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내세워 자체 개발한 카나나(구 KoGPT로 카카오브레인의 GPT-3 모델 기반의 한국어 특화 AI 언어모델)와 오픈AI 챗봇을 혼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챗GPT 사용 시 대화의 맥락 전체가 AI 서버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AI가 컨텍스트(맥락)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대화를 참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자가 챗GPT 아이콘을 누르지 않아도 대화 컨텍스트가 오픈AI로 넘어가는 것을 사용자 입장에서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데이터 저장, 활용, 삭제 주기, 제3자 전달 등 국내·해외법 기준이 다르고, 오픈AI와 카카오 양사의 데이터 보호 정책이 실제로는 어떻게 적용될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23년 반도체 개발코드가 챗GPT 서버로 유출된 사건 이후 전사적 사용을 금지했고, 올해 현대자동차그룹도 사내 챗GPT 사용을 차단했다. 기업들은 데이터 유출·정보보호 우려로 제재에 나섰지만, 국민 일상 대화가 고스란히 해외 AI 서버로 넘어가면 사생활·기업정보·공공안전까지 복합적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 카카오는 챗GPT 연동의 목표를 플랫폼 체류시간 증가, 사용자 경험 향상, AI 대중화로 제시한다. 실제로 카카오톡의 총사용 시간은 2년 동안 16% 줄었고, 플랫폼 내 광고 수익 정체, 소비자 피로도 증가라는 위기가 감지된다. 챗GPT의 일상 적용은 'AI 비서' '업무 파트너'로 전환을 가속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민 메신저와 글로벌 AI 간의 이중 종속 구조가 심화한다. 오픈AI는 미국 기업이며, 챗GPT의 글로벌 데이터가 한국인의 생활·대화·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 국내 정책과 데이터 보호법으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지 우려도 크다. "모두의 AI"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오히려 특정 플랫폼과 외국 기업에 대한 의존, 데이터 주권 침해, 시장 독점이라는 역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 플랫폼 유료화와 공공성의 흔들림 카카오톡은 현재 무료지만, 챗GPT 연동 이후 일부 AI 기능이 유료화될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오픈AI는 유료 구독 기반 서비스만을 남긴다는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어, 향후 카카오톡 내 프리미엄 AI 기능(문서 자동화, 요약, 시나리오 생성 등)이 구독 기반으로 바뀔 수도 있다. 국민 메신저의 공공성, 서비스 접근성, 취약계층 디지털 격차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카카오톡에 챗GPT를 붙이는 것은 경쟁력 강화·기술 선도에서는 합리적 전략이다. 국내 최대 플랫폼이 글로벌 AI 사업자와 협력해 빠르게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민첩성, 사용자 편의성, 정보통신 산업의 위기관리 능력 등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디지털 주권·프라이버시·공정성 등 근본적 가치 측면에서는 더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 카카오는 자체 대형언어모델(LLM)인 카나나(구 KoGPT) 개발 역량이 있음에도, UX 개선에만 집중해 해외 모델에 의존하는 생태계로 치닫지 않도록 균형적 시야가 요구된다. 카카오의 행보가 단순 편의성 대 AI 도입을 넘어서, AI의 대중화가 특정 해외 모델의 결합만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공정하게, 안전하게 AI를 쓰는 생태계 설계와 데이터 권리, 국내 기술 주권 보장, 사회적 논의의 장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카카오톡 챗GPT 도입은 분명 '압도적 편의성'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데이터 독점, 프라이버시 침해, AI·플랫폼 종속, 디지털 주권과 공공성의 문제라는 미해결 위험이 숨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열광적 환영'보다 '신중한 견제와 사회적 합의'다. 국민 전체가 AI의 진짜 혜택을 균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플랫폼 기업과 정책 당국, 사용자 모두가 지금 더 깊은 질문과 더 큰 비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임기범 인공지능 전문가
▲ 현 인공지능경영학회 이사. ▲ ㈜나루데이타 CTO 겸 연구소장. ▲ ㈜컴팩 CIO. ▲ 신한 DS 디지털 전략연구소장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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