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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86 실화? 방망이는 진퉁!' 박용택·이대형·호세까지 벤치마킹, '독립리그 신화' 표본 될까→"매일매일 꿈만 같아" [인터뷰]

엑스포츠뉴스입력


불과 1년 전만 해도 독립리그에서 프로의 기회를 기다리던 선수가 이제 롯데 자이언츠 팀 타선 한 자리를 꿰찼다. 2002년생 내야수 박찬형이 그 주인공이다. '독립리그 출신 성공 신화'라는 표본이 되기 위해 그는 데뷔 시즌 1군 무대에서 매일매일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찬형은 배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0년 여름 열린 2021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그는 독립리그 야구단에 입단해 KBO리그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박찬형은 지난 5월 롯데와 육성선수 계약을 맺고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퓨처스리그 첫 5경기에서 타율 0.083(12타수 1안타)로 프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박찬형은 6월 8경기 타율 0.314(35타수 11안타) 1홈런 6타점으로 준수한 퍼포먼스를 보인 뒤 6월 18일 정식 선수 전환과 함께 1군 콜업에 데뷔전까지 치렀다.

이후 한 차례 2군을 다녀오기도 한 박찬형은 올 시즌 3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3, 36안타, 3홈런, 17타점, 출루율 0.427, 장타율 0.559, OPS(출루율+장타율) 0.986로 맹타를 휘둘렀다. 육성선수 출신 1년 차임을 고려했을 때 놀라운 타격 수치다. 언제 내려갈지 모르는 백업으로 시작한 그의 입지가 어느덧 팀 타선의 확실한 조력자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박찬형은 "1군에 올라올 때는 그냥 백업이라도 기회를 받으면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잘 풀리고 있다. 독립리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이 매일매일 꿈만 같다"며 "이병규 코치님과 2군에서 타격 부분을 많이 수정하면서 결과가 나왔다. 상체 위주의 스윙에서 하체를 쓰는 훈련으로 바꾸면서 타구 질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독립리그 시절 포기하지 않고 버틴 시간이 박찬형에게는 큰 자산이다. 박찬형은 "연천 미라클에서 뛰던 첫해, (황)영묵이 형과 코치님들 덕분에 야구가 많이 늘었다. 프로 2군 팀과 경기를 하면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독립리거로 버틸 수 있었던 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는 믿음 덕분이었다"며 고갤 끄덕였다.

가정의 응원도 큰 힘이었다. 박찬형은 "어머니가 정말 열심히 뒷바라지를 해주셨고, 아버지도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게 도와주셨다. 지금도 매일 전화로 잘하니까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응원해 주신다. 집이 용인이라 야구장에는 자주 못 오시지만 늘 든든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찬형은 상체를 극단적으로 크게 숙이는 독특한 타격 자세로도 주목받는다. 

특이한 타격폼에 대해 박찬형은 "독립리그 시절 연구 끝에 지금 타격 폼으로 정착했다. 여러 선배의 타격 폼을 따라 해보며 나한테 맞는 방식을 찾았다. 박용택, 이대형, 호세 페르난데스, 이정후 선수들의 공통점을 연구했다"며 "어릴 때 힘이 약해 살아남으려면 콘택트 능력이 필요했는데, 그게 지금의 강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박찬형을 가리켜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치는 선수'라고 평가한 것도 큰 화제였다. 이에 대해 그는 "아직은 과분한 말씀"이라며 웃었다. 이어 "프로 1군에서 처음 고의4구를 당했을 땐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만큼 내가 빠르게 성장했다는 뜻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야 수비는 박찬형에게 1군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벽이다. 박찬형은 올 시즌 실책 5개를 범했다. 보이지 않는 수비 실수도 여러 차례 나왔다. 지난 주중 수원 KT전에선 9회말 홈 송구 끝내기 실책으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박찬형의 수비 포지션에 대해 최종적으로 2루수로 가는 게 필요하단 의견을 꺼냈다. 

박찬형은 "일단 1군 무대에선 상대 타구 속도가 빠르니까 준비도 빨리 해야 한다. 독립리그 때와 다르게 연습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계속 노력하고 있다. 조명에 공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다음부터는 그런 실수가 안 나오도록 잘 준비하겠다. 내야 어떤 포지션이든 상관 없이 실력을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도 언급했다. 박찬형은 "10개 구단 중 롯데 팬들의 열정이 최고다. 긴 연패 중에도 야구장을 가득 메워주셨다. 가을야구 무대에서 롯데 팬들의 응원을 받는다면 두려울 게 없다"며 "끝까지 응원해주시면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찬형은 인터뷰 말미 "독립리그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아직 활성화가 덜 됐지만, 나도 그 무대 출신으로서 성공적인 표본이 되고 싶다"며 "연천 미라클과 화성 코리요에서 만난 감독님과 코치님들, 그리고 올 시즌 초반 아르바이트 일을 주시고 장비까지 잘 챙겨주신 LG 트윈스 김정우 실장님 등 많은 분의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고개 숙였다.

독립리그 야구장에서 절치부심해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빠르게 빛을 발하는 박찬형. 그의 도전은 단순한 개인의 성공담을 넘어, 독립리그 선수들에게도 희망의 길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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