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국왕, 400년만에 영국내 가톨릭 장례미사 참석한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성공회의 상징적 수장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400여 년 만에 영국왕으로는 처음으로 국내에서 치러지는 가톨릭교회 장례 미사에 참석한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킹엄궁은 찰스 3세가 오는 1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가톨릭 성당에서 열리는 캐서린 켄트 공작부인의 장례 미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촌 동생 켄트 공작(에드워드 왕자)의 아내인 켄트 공작부인은 찰스 3세의 외당숙모로, 지난 4일 켄싱턴궁에서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켄트 공작부인은 1994년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영국 주요 왕족의 가톨릭 개종은 1685년 찰스 2세가 임종 직전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래 300여 년 만에 처음이었다.
웨스트민스터 성당은 잉글랜드·웨일스에서 가장 큰 가톨릭 성당이다. 1903년 준공 이후 처음으로 왕족의 장례식을 치르게 됐다.
찰스 3세의 부인 커밀라 왕비와 장남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도 미사에 참석한다. 8∼11일 영국 방문이 예정된 차남 해리 왕자의 참석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 가톨릭 전문가 캐서린 페핀스터는 "이번 장례는 역사적으로 중요하다"며 "엘리자베스 2세는 교황을 여러 차례 만나는 등 영국 왕실과 가톨릭의 관계 개선 조짐을 보였지만, 국내 가톨릭 미사 참례에는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93년 벨기에 브뤼셀의 성당에서 열린 보두앵 벨기에 국왕의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이던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등 외국에서 열린 가톨릭 미사에 참석한 적이 있지만, 영국 내에서는 가톨릭 미사에 참례한 적이 없다.
영국 왕실과 가톨릭의 복잡한 관계는 헨리 8세가 1527년 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해 캐서린 왕비와의 혼인을 무효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클레멘스 7세 교황에게 거절당하면서 시작됐다. 헨리 8세는 1534년 성공회의 시초를 마련하는 수장령을 통해 로마 교회와의 단절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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