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늑장 수사' 이어…유괴 미수범들 구속영장마저 기각(종합)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귀가하는 아동들을 납치하려 한 일당에 대한 경찰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서부지법 김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미성년자 유인미수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2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초등학생을 유괴하려 했다는 혐의사실과, 이들의 고의성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불구속 상태로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의 주거가 일정한 점, 대부분 증거가 수집된 점에서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의자들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 30분께부터 세 차례에 걸쳐 홍은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과 근처 공영주차장 주변에서 초등학생들을 유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 이어 구속심사 법정에서도 "실제 유괴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일각에선 경찰이 미흡한 초기 수사로 뒤늦게 범인을 검거한 뒤 무리하게 구속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전망이다.
법원은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사실상 경찰이 영장을 재신청할 여지를 찾기 힘든 설명을 내놓았다. 혐의가 소명되지 않는 데다 도망이나 증거 인멸의 염려도 없어 어느 구속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경찰로서는 보완 수사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형사소송법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고, 주거 부정, 증거인멸의 염려, 도망 우려를 구속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학교 인근에서 유괴 미수 사건이 있었다는 신고로 시작됐으나,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를 일부만 확인하고는 "없었던 일"로 판단했다.
하지만 학교 측 '유괴 주의' 가정통신문이 보도되고, 사건 당일 또 다른 유괴 미수 사건이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되며 재수사에 나섰고, 결국 CCTV를 다시 확인한 끝에 용의자 3명을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앞선 이날 오전 별도의 브리핑을 열고 1차 신고 당시 접수된 범행 차량의 색상과 차종이 실제와 달라 수사에 혼선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또 피의자들의 "장난이었다"고 진술했지만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 불안감이 조성됐기 때문에 초기에 강경 대응을 하는 게 맞는다"며 가담 정도가 큰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재신청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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