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 GPS 신호 교란 급증…스웨덴 "러시아 연루"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유럽 북부 발트해 지역에서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공격이 급증하면서 항공사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스웨덴이 GPS 교란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를 공개 지목했다.
4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스웨덴교통청(STA)은 2023년 한 해 55건 수준이던 발트해 인근 GPS신호 교란 사고가 올해 8월28일 기준 733건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스웨덴 국적 항공사와 그 이외 항공사의 신고 건수를 모두 더한 수치다.
해외 항공사들은 GPS 교란 사고를 각자 자국 정부에 신고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 발생한 교란 건수는 스웨덴에 접수된 신고 건수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STA는 전했다.
STA 또한 최근 이런 신호방해가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면서, 추적 결과 교란 신호가 러시아 영토 내에서 발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지에서 GPS 신호방해가 늘자 유럽은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의혹을 거듭 부인해왔다.
발트 지역에서는 여러 국가의 항공사들이 최근 GPS 교란 사고 수만 건을 신고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6월에는 스웨덴, 에스토니아, 핀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발트해에 인접한 5개국이 유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유엔 산하 국제 항공 전문기구인 ICAO는 러시아도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ICAO는 이들 국가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상황에 대한 큰 우려를 표한다"며 "러시아는 국제적 의무를 다하고, 신호 방해가 즉각 중단되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항공기가 GPS 신호를 받지 못하면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탄 항공기가 GPS 교란 공격의 영향으로 보이는 신호 이상을 경험한 바 있다.
이 항공기는 결국 무사히 착륙했지만, 그전까지 목적지 인근 불가리아 상공을 약 1시간 동안 선회해야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착륙할 때 종이 지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EU는 이 항공기가 러시아의 공작으로 보이는 GPS 교란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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