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축구
광주 주장 이강현의 2025년은 '말하는 대로'…ACL부터 상무 합격, 그리고 코리아컵 결승 진출까지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입력

광주FC의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미드필더 이강현의 2025년에는 기쁜 일만 가득하다.
지난 4월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에서 세계 최고 레벨 선수들이 모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과 맞서면서 한 단계 성장했고, 27일 부천FC를 꺾고 광주의 사상 첫 코리아컵 결승전 진출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최근엔 2025년 3차 김천 상무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는 10월 연인과 백년가약을 맺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27일 부천과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2차전이 끝난 뒤 만난 이강현의 표정은 밝았다.
이강현은 "운이 좋은 것 같다. 사실 군대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잠도 많이 못 잤다. 내가 올해 결혼을 하는데, 아내가 될 사람도 걱정을 많이 했다. 군대도 안 간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한 이후에 군대를 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아내가) 나보다도 내가 상무를 붙길 바랐던 사람이다. 그래서 상무 합격 소식이 나왔을 때 영상 통화를 하면서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 정말 간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실적을 두고 봤을 때 (합격에)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내가 열심히 살아온 것 때문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뽑아주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기 얘기가 나오자 이강현은 내용에 만족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결과만 좋은 경기인 것 같다. 좋기는 한데, 썩 그렇게 좋지는 않다. 일단 결승전에 올라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기분은 좋은데 오늘 경기가 정말 어려웠다. 결과만 좋은 경기라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중앙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잘 못 해줬던 것 같다. 경기장 안에서 상황 판단을 빨리 했어야 했고, 다른 플레이를 해야 했는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서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부천이 전술적인 부분을 잘 준비한 것 같다. 사실 오늘은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서 선수들의 몸 상태나 멘털리티가 부족했던 경기, 그래서 아쉽고 힘들었던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구단의 첫 코리아컵 결승전 진출은 이강현을 비롯한 광주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강현은 "오늘 경기 끝나고 '뭔가 또 하나 해낼 수 있겠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 해낸 것은 아니다. 결승에 올라갔지만, 한 번 더 기회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하나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지금 팀의 주장이기 때문에 두 배, 네 배 더 행복한 것 같다"고 했다.

시즌 중 주장직을 맡게 된 이강현은 "재밌는 것도 많지만 어려운 부분도 많다"며 "주장이 아닐 때에는 내 운동만 하면 되고, 내가 경기에서 어떤 걸 할지만 생각하면 됐다. 그런데 이렇게 플레이가 안 나오고, 분위기가 어두울 때 부담이 된다. 어떻게 주장으로서 분위기를 올려볼까 생각해서 상황을 크게 보게 된다"고 했다.
또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감독님과 소통할 시간도 많고, 감독님께 해야 하는 말과 안 해도 되는 말을 가서 한다. 그런데 또 감독님께서 감사하게도 잘 받아주신다. 그래서 재밌게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강현은 "사실 올해 부주장으로 시작했다. (이)민기 형이 주장이었는데 부상으로 팀을 이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자 감독님께서 '주장 해볼래?'라고 말씀하셨다"며 "감독님께서 나를 주장으로 임명하신 이유는 내가 할 일을 열심히, 성실하게 하면서 팀에 해를 끼치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모습 때문인 것 같다. 감독님께서 특별하게 내게 바라는 점을 얘기하시는 편은 아니다. 대신 사람으로서, 또 선수로서 나를 믿어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강현은 그러면서 "그래서 감독님께서 나에게 원하는 부분을 나도 알 것 같고, 감독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시지 않으셔도 내가 알아서 감독님의 생각을 파악하게 되기도 한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시즌은 이강현에게 선수로서도 성장하고 있는 한해다. 프로 무대에서 이강현이 한 시즌에 가장 많은 리그 경기를 소화한 시즌은 2023시즌(26경기)였는데, 이번 시즌에는 리그에서만 벌써 24경기를 뛰었다. 출전 시간도 늘어났고, 팀 내 비중도 커졌다.
이강현은 "프로에 데뷔한 이후 지금이 가장 경기를 많이 뛰고 있는 시즌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감독님께서는 내가 아직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이 아니라고 판단하셔서 항상 중간에 교체돼서 나온다. 오늘이 이번 시즌 첫 풀타임 경기였다. 내가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 비로소 프로 선수가 됐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강현은 많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광주 입단 후 괄목상대했다.
이강현도 "감독님께서 선수 보는 눈이 좋으시다. 기회를 받지 못하고, 꽃을 피우지 못하는 선수들을 감독님께서 데려오셔서 꽃을 피워주신다"며 광주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광주가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오는 팀이라는 시선은 좀 아쉽다. 광주도 이제 잘하는 선수들, 유명한 선수들이 와서 할 수 있는 팀이 되길 바란다. 이런 인식을 벗어던지고 싶은데, 선수단이 아니라 구단이 열심히 해줘야 한다"며 광주의 이미지가 바뀌길 바랐다.

프로 5년 차를 보내고 있는 이강현이 돌아본 지난 5년은 어땠을까.
그는 "난 겸손하게 살려고 하는 스타일이지만, 지난 5년은 '열심히 잘 살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생각을 해야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며 K3리그도 정말 어렵게 갔고, 그래서 간절했다. 운이 좋게 K리그1에 오게 됐고, 잘 버티다 보니 어느덧 이곳에서 100경기를 뛰었다"고 했다.
이강현의 목표도 국가대표팀 승선이다. 이강현은 많은 선수들처럼 김천에서 성장해 국가대표팀에 발탁될 만한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대표팀에서 3선 미드필더를 많이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나도 그 기회 안에 들어가고 싶은 게 당연히 목표"라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라는 팀에서 더 성장하고, 상무에서 또 좋은 선수들과 함께 성장한다면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강현의 2025년은 말하는 대로 이뤄지고 있다. "인생은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알아서 순리대로 잘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한 이강현의 '말하는 대로'는 계속된다.
사진=부천, 김환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