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尹·김건희, 구속된 키맨들…특검, 우회로로 돌파할까(종합)

(서울=연합뉴스) 박재하 기자 = 1차 수사 기간(90일)의 반환점을 지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연루된 '키맨' 4인방을 모두 구속하면서 수사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사를 아예 거부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물론 김 여사도 입을 굳게 닫은 채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여사의 기존 혐의를 다지고 추가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을 우회로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 후 이뤄진 세 차례 조사에서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특검은 그동안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에 대해 캐물었지만 김 여사의 진술 거부로 유의미한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특검 소환에 불응하며 체포영장 집행에도 완강히 저항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팀이 체포영장을 위법하게 집행하려 했다며 지난 20일 민중기 특검과 문홍주 특검보를 되레 직권남용 체포, 직권남용 감금미수, 독직폭행 등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여사 수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특검은 신병이 확보된 김 여사 '키맨'들의 입을 여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 여사와 통일교 사이의 연결고리로 꼽히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지난 2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전씨는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와 2008년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는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콘텐츠의 고문 직함을 맡기도 했다. 이후 제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의 상임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전씨는 2022년 4∼8월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김건희 여사 선물용'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과 교단 현안 청탁을 받은 후 이를 김 여사에게 전달해준 혐의를 받는다.
그간 전씨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물품과 청탁성 요구를 받은 적은 있지만 이를 김 여사에게 전달하진 않았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씨가 구속되면서 심경 변화로 수사에 협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씨는 지난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나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초를 겪는 상황을 견딜 수 없다"며 심사에 불출석하기도 했다.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접근한 또 다른 키맨 윤씨 역시 18일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됐다.
윤씨는 통일교와 김 여사, 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유착 관계' 의혹을 밝혀줄 연결고리로도 주목받는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던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윤씨는 모두 윗선의 결재를 받아 한 일이라고 주장해 한학자 총재 등 통일교 수뇌부도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특검은 윤씨가 김 여사에게 통일교 측의 대선 지원에 대해 언급하고 김 여사가 이에 감사하다고 답하는 통화 녹취를 확보해 김 여사 측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녹취에는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 당선 약 3주 뒤인 지난 2022년 3월30일 당선 축하 인사를 한 윤씨에게 "애 많이 써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가 "교회만 아니라 학교, 대한민국 조직 기업체까지 동원한 건 처음"이라고 말하자 김 여사는 "선생님 너무 감사하다"고 화답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윤씨의 진술 방향에 따라 2022년 대선을 포함한 주요 선거에서 통일교 교단 조직을 동원한 불법 선거운동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도 지난 2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주포'인 이정필씨의 형사재판에서 실형 대신 집행유예가 나오게 하겠다며 이씨로부터 2022년 6월∼2023년 2월 25차례에 걸쳐 8천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그는 2차 주가조작 시기 김 여사의 계좌 관리인이자 시세조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인물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8명과 함께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외에 김 여사가 연관된 것으로 의심받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임성근·조병노 구명 로비 의혹 등에서도 핵심 인물로 지목돼 있다.
김 여사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도 지난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후 18일과 22일에 특검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김씨가 설립한 렌터카업체 IMS모빌리티가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184억원을 투자받는 과정에서 김씨가 김 여사와의 친분을 활용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수상한 투자 배후에 김 여사가 있는지, 투자 수익금을 김 여사와도 공유했는지 등을 밝혀줄 인물이다.
2010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EMBA 과정에서 김 여사와 친분을 쌓은 그는 이후 코바나콘텐츠 감사로 일하며 최씨의 잔고증명 위조에 가담해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집사로 불릴 정도로 김 여사 일가와 인연이 깊어 자금 흐름과 재산 축적 과정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향후 추가 조사 과정에서 내놓을 진술에 이목이 쏠린다.
한편, 특검은 오는 25일 김 여사를 다시 불러 네번째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전씨도 같은 날 구속 후 처음 소환돼 조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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