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춤추고 유럽 정상들 벌서는 AI 가짜영상 확산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움직임이 활발해진 상황에서 주요국 정상들의 회담과 관련한 가짜 사진과 영상들이 확산하고 있다.
AFP 통신은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눈 속에서 북극곰과 함께 춤추는 가짜 영상부터 유럽 지도자들이 백악관 집무실 밖에서 일렬로 앉아 침울하게 기다리는 사진까지,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 낸 가짜 이미지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미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지난 15일 미국 알래스카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의 지난 18일 백악관 회담을 소재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지도자들은 가짜 사진으로 인해 SNS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시당한 무력한 중재자'로 불리며 조롱당했다.
미국의 보수 정치 평론가인 조이 마나리노는 이 가짜 사진을 엑스(X)에 올리고선 "트럼프는 독일, 프랑스, 영국, 핀란드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장, 유럽연합 수장이 마치 치과에 온 것처럼, 집무실 밖 의자에서 기다리게 했다"며 "이 부패한 쓰레기들의 완전한 굴욕이다. 정말 아름답다"고 썼다.
당시 백악관 회담에는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을 위한 연대체인 '의지의 연합' 참여국 정상들이 참석했는데, 친러시아 소식통들은 이를 '대기중인 자들의 연합'으로 바꿔 부르며 조롱에 가담했다.
이 사진은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로 설명이 붙여져 SNS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가짜뉴스 감시기구 '뉴스가드'는 보고서에서 모스크바에 기반을 두고 전 세계에 친러시아적 주장을 유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프라우다 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여러 사이트에서도 이 이미지가 확산했다고 밝혔다.
뉴스가드는 이 사건은 "친크렘린 소식통들이 허위 주장을 퍼뜨리기 위해 유럽 지도자들이 관여한 고위급 회의를 어떻게 포착하는지 보여준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른 가짜 AI 영상은 미·러 정상들이 눈 덮인 경사면을 미끄러지듯 내려가고 눈사람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북극곰과 함께 왈츠를 추는 모습 등을 담았다.
두 정상이 비행기 트랩에서 이어지는 레드카펫 위에서 주먹질과 발차기를 주고받으며 으르렁대는 장면을 담은 영상도 있었다.
AFP는 'AI 슬롭'(AI가 만든 저질 콘텐츠)으로 불리는 이런 가짜 이미지는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가 생성한 밈과 동영상, 사진으로 가득한 SNS 환경에서 때로는 진짜 콘텐츠가 가짜와의 경쟁에서 밀려나기도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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