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업계의 글로벌 강자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2024년 극명한 명암을 드러냈다. 매출은 크게 줄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의 효과를 입증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유한회사가 11일 공시한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영업수익은 411억 원으로 전년(632억 원) 대비 35%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7억 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전년 14.2%에서 11.6%로 소폭 하락에 그쳤다.
더 주목할 점은 영업비용의 대폭 절감이다. 2024년 영업비용은 363억 원으로 전년(542억 원) 대비 33% 감소했다. 이는 블리자드가 불필요한 비용을 과감히 줄이고 핵심 사업에 집중한 결과로 해석된다.
당기순이익 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됐다. 2024년 당기순이익은 47억 원으로 전년(53억 원) 대비 12% 감소에 그쳤다. 매출 감소폭(35%)에 비해 순이익 감소폭이 훨씬 작아 수익성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영업외수익 부문에서는 14억 원을 기록해 전년(8억 원) 대비 70% 증가했다. 특히 외환차익이 8억 원에서 전년 2억 원 대비 대폭 증가하며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을 효과적으로 관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외비용도 1억 원으로 전년(16억 원) 대비 88% 대폭 감소했다. 전년에 발생했던 기부금 2억 원과 대규모 외환차손이 크게 줄어들면서 비용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블리자드의 2024년 실적은 단순한 매출 성장보다 지속가능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글로벌 게임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한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분석했다.
블리자드의 이러한 변화는 모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부문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대규모 투자보다는 기존 IP의 최적화와 운영 효율성 제고에 집중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비용도 13억 원으로 전년(28억 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세전이익 감소와 함께 세무 최적화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2024년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2'와 '디아블로' 시리즈 등 핵심 IP를 중심으로 한 집중 전략을 펼쳤다. 신규 론칭보다는 기존 게임의 안정적 서비스와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 것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업계에서는 블리자드의 2024년 실적을 "양보다 질을 추구한 성숙한 경영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유지한 것은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앞으로 블리자드는 이러한 효율성 경영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게임 개발과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차세대 게임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