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이 16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눈 앞에 뒀다.
이에 따라 2년 전 맞대결에서 북한의 '폭력 축구', '깡패 축구'로 마음고생했던 태극낭자들이 리턴 매치를 벌이게 될지도 궁금하게 됐다.
북한은 지난달 29일부터 타지키스탄 두산베에서 열리고 있는 2026 여자아시안컵 예선 H조에서 두 경기 연속 10-0 대승을 챙겼다.
1차전에선 개최국 타지키스탄을 맞아 전반에만 8골을 쓸어담으며 10-0으로 이기더니, 지난 2일 벌어질 팔레스타인과 2차전에선 전반에만 6골을 쓸어담고 역시 10골 차 대승을 챙겼다.
내년 여자아시안컵 개최국은 호주인데 총 12개국이 본선에 오른다.
호주가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자동진출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인도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 3위를 각각 차지한 중국과 한국, 일본도 대회 규정에 따라 본선에 직행했다.
현재 아시아 각지에서 열리는 예선을 통해 본선에 오를 8개국이 추가로 결정되는 셈이다.
북한은 H조 3전 전승이 유력하다.
북한은 5일 역시 2연승을 달리고 있는 말레이시아와 예선 최종전을 벌이는데 객관적인 전력을 놓고 볼 때 최소 5~6골차 대승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팔레스타인과 타지키스탄을 각각 1-0으로 눌렀다.

북한처럼 2연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모두 1-0으로 간신히 이긴 터라 북한의 막강 화력을 막아내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북한은 이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9위로 세계 최정상급이다. 2022년 여자아시안컵 예선 때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불참하다보니 이번 대회에서 예선부터 치르고 있다.
북한은 본선에 오를 경우, 한국과 격돌할 수 있다. 12개국이 4개국씩 3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이기 때문이다.
조별리그에서 남과 북이 같은 조에 속할 확률이 33%로 꽤 높다.
조별리그에서 서로 만나지 않더라도 8강이나 4강 혹은 결승 등 토너먼트에서 붙을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선 세계 수준의 북한 여자 축구와 격돌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게다가 북한 여자 대표팀은 남북 대결 때 여자축구 경기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거친 축구를 한국 선수들에게 선보이곤 했다.
2023년 9월30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 맞대결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당시 전반전을 1-1로 마쳤으나 손화연이 레드카드를 받고 쫓겨난 끝에 후반 3골 내주고 대패했다.
한국이 참패한 경기였지만 북한의 이날 매너는 두고두고 회자될 만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국제대회에 나온 북한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을 향해 거침 없이 달려들었다. 대표팀이 공을 잡고 전진하려고 하면 득달 같이 달려들어 공을 뺏어냈다. 북한 대표팀 미드필더 리학은 한국 간판 공격수 지소연을 향해 양발 태클을 하는 충격적인 행동을 저질렀다.
전반 11분 북한 리혜경이 자책골을 기록한 뒤 더욱 거칠어졌다.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도 팔꿈치를 사용하거나 뒤에서 강하게 부딪혀 오면서 대표팀을 압박했다.
세컨드 볼 상황에서도 거친 플레이를 지속했다. 볼이든 사람이든 보이는 대로 걷어찼다. 결국 전반 20분 볼 경합 상황에서 프리킥을 만들어낸 북한은 리학의 환상 프리킥 골로 균형을 맞췄다. 동점골을 뽑아낸 북한은 역전을 위해 기세를 더욱 올렸다.
거친 축구도 더욱 심해졌다. 야구의 벤치클리어링 같은 신경전과 난투극이 남과 북의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남북 여자축구 선수들의 신경전은 지난 2017년 4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렸던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맞대결에서도 이뤄졌다. 북한은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이를 잡는 한국 골키퍼 김정미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김일성경기장 5만 관중 앞에서도 태극낭자들은 기죽지 않고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과 붙었다.
내년 호주 여자아시안컵에서도 이런 신경전이 일어날 수 있다. 한국과 격돌하면 더욱 심했던 거친 축구가 리턴 매치에서 또 나타나는 상황이 충분히 가능하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