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이어 경계 증폭…군국주의 불안정 세력 간주"
"수교시 이슬람 리더십 잃어"…반대로 이란과는 관계개선 동향
"수교시 이슬람 리더십 잃어"…반대로 이란과는 관계개선 동향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충돌을 마무리한 후 중동 질서 재편을 위해 아랍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수교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수교할 마음이 식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우디와의 역사적인 관계 정상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사우디 내부에서 그에 응해줄 파트너가 아직도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사정을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재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가자지구에서 처참한 전쟁이 벌어진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사우디의 '계산'이 극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가자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는 미국과 방위조약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할 의사가 있었다.
이는 중동 질서의 역사적 재편을 의미하는 큰 사건이 될 터였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해 잔혹행위를 일삼자 빈 살만 왕세자는 그러한 공세를 '제노사이드'(특정집단 말살)라고 규정하면서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휴전과 팔레스타인 건국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우디 내부 여론뿐만 아니라 아랍 세계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수교 추진은 인기가 없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하산 알하산 중동 정책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로 인한) 사우디의 평판 손실은 국내적으로는 물론 지역 및 이슬람권 리더십에 대한 신뢰도 측면에서도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최근 이란을 직접 타격한 이후에는 경계감이 극적으로 더 커졌다.
이스라엘이 군국주의적이고 불안정한 세력이라는 인식이 한층 강화됐다는 것이다.

사우디의 이런 경계감은 오랫동안 적대적 관계를 이어온 이란과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교류했고, 사우디 정부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양국의 국방 수장들은 최근 지역 안보·안정 유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중동연구소의 방문학자 그레고리 고즈는 "2022년의 이란은 2025년의 이란이 아니지만 2025년의 승리한 이스라엘은 이 지역 정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사우디 소식통은 "걸프 국가들은 이란과의 화해를 유지할 것이다. 걸프에서 가장 큰 이웃 국가와 화해하는 것은 현명한 정책"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은 작아지고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더 단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점 정책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자신의 중동 정책인 '아브라함 협정'이 확대되길 바라고 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집권 1기인 2020년 9월 백악관에서 맺어진 것으로 당시 이스라엘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시리아, 레바논 등이 추가로 참여해 '평화 중재자'로서 자신이 주도하는 새 중동 질서가 펼쳐지기를 원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사우디의 싸늘한 의중을 고려해 다른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FT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사우디와의 완전한 수교보다 더 쉽고 빠른 거래는 시리아 정부와 '비교전' 안보 협정을 맺는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리아의 현재 통치자는 친서방, 온건파 전향을 선언한 반군 지도자 출신 아메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으로 이스라엘과 수교에 적극적일 수 있다.
그는 이란과 러시아에 의존해오던 바샤르 알아사드의 독재정권을 작년 말에 무너뜨리고 권좌에 올라 시리아를 고립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withwi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