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 '토종 에이스' 박세웅의 2025시즌 출발은 완벽했다. 지난 5월 11일 KT 위즈전까지 9경기 56이닝 8승1패 평균자책점 2.25로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롯데도 박세웅을 앞세워 2025시즌 초반 순위 다툼에서 순항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박세웅은 커리어 하이 성적을 찍었던 2017시즌 28경기 171⅓이닝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박세웅은 이후 급격한 부진에 빠졌다. 지난 5월 17일 삼성 라이온즈전 5이닝 5실점을 시작으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5월 2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6⅓이닝 4실점(3자책), 5월 29일 삼성 라이온즈전 5⅓이닝 6실점(5자책), 6월 4일 키움 히어로즈전 5⅓이닝 5실점, 6월 10일 KT 위즈전 5이닝 8실점, 6월 22일 삼성 라이온즈전 3이닝 6실점 등으로 부진했다.
롯데는 에이스 찰리 반즈의 부상 퇴출,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의 난조 등이 겹치면서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박세웅의 몸 상태, 구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코칭스태프가 느낄 답답함은 더 컸다.

박세웅은 일단 슬럼프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6월 29일 KT 위즈를 상대로 5⅓이닝 6피안타 2피홈런 2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 롯데의 10-5 승리에 힘을 보태고 2025시즌 9승을 손에 넣었다. 약 한 달 반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맛봤다.
박세웅의 투구 내용이 '토종 에이스의 부활'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반등의 계기가 될 수는 있다. 무엇보다 6경기 연속 무승의 사슬을 끊어낸 부분에서 선수와 팀 모두 의미가 적지 않다.
박세웅은 시즌 9승을 거둔 뒤 인터뷰에서 김태형 롯데 감독을 언급했다. 김태형 감독이 선발등판을 앞두고 자신을 안아준 부분에서 좋은 기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1일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박세웅 관련 질문을 받은 뒤 멋쩍게 웃었다. 별 뜻 없이 안아 준 행동을 박세웅이 뜻밖으로 더 크게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주 창원 원정 때 경기장에서 박세웅이 내 앞으로 지나가는 게 보였다. 별 뜻 없이 그냥 '이리 와바' 하고 불렀다. 장난 비슷하게 안아 줬다"며 "박세웅은 우리 팀에서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면 (토종) 에이스다. 아무 생각 없이 안아줬던 거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또 "박세웅이 공이 괜찮고 안 괜찮고 이런 걸 볼 건 없다. 결과가 중요하다"며 박세웅이 꾸준한 투구를 이어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롯데는 지난 5월부터 합류한 외국인 투수 알렉 감보아가 6경기에서 36이닝, 5승1패 평균자책점 2.50으로 빼어난 투구를 펼쳐주고 있다. 데이비슨과 박세웅이 조금 더 힘을 내준다면 가을야구로 향하는 길이 더 수월해진다.
롯데는 2017시즌 페넌트레이스 3위로 준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뒤 작년까지 7년 연속 '야구' 없는 가을을 보냈다. 올해는 반드시 암흑기를 청산하겠다는 의지가 팀 전체에 퍼져 있다.
롯데가 사직야구장에서 팬들과 포스트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는 박세웅이 2017시즌의 자신을 넘어서는 게 관건이다. 박세웅이 향후 어떤 투구를 해주느냐에 따라 롯데의 최종 순위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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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