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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영인 PD = 검정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쓰고, 백색으로 화장을 한 다섯 명의 남자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릅니다. 이들은 진짜 저승사자이면서 보이그룹인 '사자보이즈'입니다. 전설의 고향에서나 봤던 저승자사자 무대 위의 아이돌이라니, 이런 아이디어는 누가 생각했을까요?
한국에서 자랐지만 5살 때 캐나다로 터전을 옮긴 매기 강 감독, 그는 언제나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감독을 맡을 기회가 찾아왔을 때 도깨비, 저승사자 같은 한국의 악귀 디자인이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주인공들을 악귀를 퇴치하는 '데몬 헌터'로 설계했습니다. 악귀를 쫓으려면 주인공들이 정체도 숨겨야 했는데, 이 설정을 위해 케이팝을 가져왔습니다.
한국의 신화와 케이팝, 지극히 한국적인 요소로 채워진 영화가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한 데는, 이 작품이 두 분야 모두에서 완벽한 고증을 실현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와 5인조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부르는 OST는 해외 음원 사이트 스포티파이에서 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월간 청취자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OST를 들으면 BTS나, 스트레이키즈, 블랙핑크 등의 음악이 떠오른 건 'How It's Done'과 'Golden', 'Your Idol' 등의 작업에 케이팝을 만들었던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매기 강 감독은 특히 '원타임' 때부터 팬이었던 프로듀서 테디에게 협업을 요청했고, 작업의 목표는, '지금 당장 음원을 발매하더라도 사람들이 이 곡을 케이팝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케이팝하면 빠질 수 없는 팬덤 문화도 서사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응원봉이나 포토 카드, 팬 사인회 등의 팬 문화가 마치 덕후가 쓴 것처럼 담겼는데 여기엔 여러 한국인 스태프의 도움이 컸다고 합니다.
매기 강 감독은 리서치를 위해 팀원 10명을 데리고 한국에 여행을 오기도 했습니다. 북촌과 민속촌, 명동의 거리를 직접 걷고 느끼며 디테일을 잡았는데요, 이런 성의는 헌트릭스 멤버들의 옷과 음식의 메뉴, 젓가락 아래의 티슈 등의 장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고, 놓칠 수 있는 시퀀스의 사각지대조차도 한국의 정서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작호도' 속 호랑이와 까치를 모티브로 캐릭터도 탄생했는데요, 호랑이 '더피'는 디자인과 어설픈 행동이 정말 귀여운 탓에 출시되는 굿즈의 매진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이렇듯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신화라는 참신함을, 케이팝이라는 보편성에 담아 세계적으로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우리 문화의 힘과 영향력이 미국 회사가 만든 작품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셈입니다.
팬들은 루미 부모님의 서사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점과 사자보이즈의 부활을 고대한다는 점에서 후속작의 개봉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편집 : 안수빈)
syip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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