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막히면 원유 100달러대" 전망도
달러 강세…미 증시 선물은 1%대 내림세
아시아 증시도 약세
달러 강세…미 증시 선물은 1%대 내림세
아시아 증시도 약세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등을 공습했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가 13일 한때 10% 넘게 급등했다.
시장이 무력 충돌 확대 가능성을 주시하는 가운데 주요국 증시는 약세를 보인 반면 금·달러 등 안전자산 가격은 강세다.

◇ WTI 선물 한때 14% 치솟아…브렌트유는 13% 급등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장중 한때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4.07% 오른 배럴당 77.62달러, 8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3.17% 오른 배럴당 78.5달러를 찍었다.
한국시간 오후 3시 48분 기준 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각각 72.25달러, 73.44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만큼 이란의 대응 등에 따라 원유시장이 추가로 출렁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이곳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석유와 가스의 수출 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간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앞서 이스라엘은 이날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 등을 선제공격했다.
이란 IRNA 통신은 이번 공습으로 호세인 살라미 총사령관을 비롯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고위급 여럿과 모하마드 테헤란치, 페이레둔 압바시 등 핵과학자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 "호르무즈 봉쇄시 원유 100달러대" vs "전면전 가능성 낮아"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ING그룹의 워런 패터슨은 이란 원유 시설이 공격받고 하루 170만 배럴(bpd)에 이르는 원유 수출이 위험에 처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에 이를 수 있다면서도, 75달러 수준에서 안착할 것으로 봤다.
그는 다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에 차질이 생길 경우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로 치솟고, 연말까지 혼란이 지속되면 150달러에 근접했던 2008년 당시 고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투자은행 JP모건도 앞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면 심각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삭소마켓츠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전략가는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공급 위험이 구체화되면 유가가 80달러로 뛸 수 있다"면서도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증산 등으로 가을에는 공급 과잉 우려가 되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리스타드에너지의 무케시 사데브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보복으로 원유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협상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만큼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웨스트팩뱅키의 로버트 레니도 이번 공격이 이란군 장성과 핵과학자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고 미국이 관여하지 않은 만큼 지속적인 군사 충돌이라기보다 선제적 타격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유가가 3분기에 60∼65달러, 4분기에 60달러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는 기존 견해를 유지했다.

◇ 금값은 1% 상승…아시아 증시 약세
금·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가격은 강세다.
금 현물 가격은 한국시간 오후 3시 58분 기준 전장 대비 0.92% 오른 온스당 3,417달러에 거래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속에 3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던 달러 가치도 오름세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97.621까지 내렸다가 한때 98.394까지 올랐다. 한국시간 오후 3시 48분 기준 98.276이다.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재정적자 우려 속에 '셀 아메리카' 움직임이 나타난 가운데, 중동 위기 상황으로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가 재확인될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있다.
이스라엘 통화 셰켈 가치는 달러 대비 2%가량 하락한 상태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약세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0.89%)와 국내 코스피(-0.87%), 대만 자취안(-0.96%)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한국시간 오후 3시 43분 기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77%)와 홍콩 항셍지수(-0.95%)도 약세다.
한국시간 오후 3시 48분 기준 미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선물(-1.41%), 나스닥 100 선물(-1.54%),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선물(-1.31%)은 1%대 내림세다.
코인마켓캡을 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3.13% 내린 104,556달러 수준이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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