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야 기준금리 인하 전망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재정적자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야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할 가능성을 99.1%로 보고 있다. 7월 동결 전망도 84.8%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9월에야 0.25%포인트 인하 전망(52.8%)이 동결(38.9%)을 앞서는 상황이다.
연말 기준으로는 0.25%포인트씩 2차례 인하 전망이 39.2%로 가장 많고, 1차례 인하(31.6%), 3차례 인하(18.4%)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리 동결 전망은 8.6%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금리 인하 뒤 동결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남은 FOMC 회의는 6·7·9·10·12월 열린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5∼10일 이코노미스트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대다수인 103명인 이번 달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응답자의 55%(59명)는 연준이 3분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봤고, 9월 인하를 점치는 견해가 대다수였다.
42%(44명)는 연준이 4분기나 그 이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금리 동결을 예상한 응답자는 20명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와프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0.45%포인트 정도 내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4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불확실성을 거론하며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연준 인사들의 목소리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6월이나 7월에 (미국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최근 말했다.
미국 노동부가 6일 발표한 5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3만9천명 증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2만5천명을 웃도는 등 고용도 양호한 만큼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용지표 발표 뒤 기준금리를 즉시 1%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재차 압박했지만, 시장 전망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UBS의 조너선 핑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이 괜찮아 보이는 한 연준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인플레이션 대응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표현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의 제임스 에겔호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관세로 인해 2026년까지 인플레이션이 높을 것"이라면서 "연준은 금리를 내릴 필요를 못 느낄 것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인플레이션이 굳어지면 없애기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경우 한미 금리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한미 금리차는 2.00%포인트로 벌어진 상태다.
시장은 11일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리야만 싱을 비롯한 모건스탠리 금리 전략가들은 5월 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채권시장의 향후 2년 인플레이션 기대가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5월 CPI 및 근원 CPI(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전월 대비) 시장 전망치(중간값)는 각각 0.2%, 0.3%인데, 인플레이션 스와프 시장에서는 각각 0.12%, 0.23% 정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측은 5월 CPI 지표에 대해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초기 영향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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