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사랑'이 결국 화(禍)를 부르고 있다. 김 여사는 1천만 원이 넘는 샤넬 가방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전직 간부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전달했고, 이를 김 여사의 비서가 웃돈을 주고 다른 제품으로 바꾼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김 여사는 2022년 재미동포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대 크리스찬 디올 파우치를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누가 주고 어떤 맥락에서 오갔는지가 불투명하면 그 선물은 의혹이 된다. 특히 권력자에게 건넨 선물은 메시지가 담겨있는 법이다.
대통령 부인들의 명품 애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순자 여사는 해외 순방 시 고가의 의류와 외제 보석으로 치장해 '사치 행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정숙 여사는 외국 방문이나 청와대 행사 때 착용한 고급 브랜드의 의상 비용과 조달 경로를 둘러싸고 수차례 정보공개 청구가 제기됐고, 국민 세금이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론 비판 수준에서 끝났고, 형사 사건으로 비화된 적은 없었다. 김 여사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첫 번째 영부인이 되는 셈이다.
샤넬이냐 크리스찬 디올이냐 하는 브랜드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누가 어떤 속셈으로 명품 선물을 건넸고, 그것을 받는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었느냐가 사태의 핵심이다. 단순한 호의인지, 영부인의 위세에 기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정황만으로도 국민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히 대통령 부인이 사적 경로의 통로로 작용했다면 그것은 공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김 여사는 명품 수수 의혹 외에도 대통령 배우자라는 위치를 넘어서 국정과 선거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청와대 인사 개입설, 선거 공천 개입설 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실제로 그의 영향력은 곳곳에서 작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공정과 상식'이라는 진정성을 근본적으로 허물고 있다. 명품 가방 하나로 대통령 부인이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국민 입장에선 부끄러운 일이다.
대통령 부인이란 지위가 외부 인사의 접근 통로로 활용됐고, 그 과정에서 고가의 선물이 오갔다면 이는 전형적인 권력형 부패 구조다.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가방의 가격이 아니라 아무런 해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태도다. 청와대 인사에 개입하고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도 있는 만큼 명품 수수 의혹은 사소한 일로 치부할 수 없다. 퍼스트레이디는 제도 밖의 존재이지만 자기 절제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김 여사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필요하다면 법적 책임도 감수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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